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된 지 8일째를 맞은 26일 낮 외교통상부 기자실과 브리핑실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취재진 60여명으로 북적거렸다.
기자들은 헝클어진 머리칼에 핏발이 선 눈으로 연신 커피를 들이키면서 노트북 화면을 지켜보며 혹시나 새로운 소식이 들어올까봐 외신까지 들춰가며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시차 때문에 별다른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브리핑실 곳곳에는 카메라 삼각대, 전송용 케이블, 방송용 조명등과 마이크로폰, 방송용 카메라 등 각종 장비가 어지럽게 설치돼 있고 테이블마다 커피를 마시는 데 사용했던 일회용 종이컵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등 무척 어수선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와의 시차 때문에 매일 밤샘 취재가 계속되면서 피로를 이기지 못한 일부 기자들은 의자에 기대 졸거나 소파에 누워 새우잠을 청했다.
외교부 기자실에는 인질 23명 중 8명이 풀려날 예정이라는 미확인 보도가 25일 오후 한때 전해졌으나 공식 채널을 통해서는 이들의 행방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채 14시간 이상이 지나가자 기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피랍 한국인 봉사단의 인솔자였던 배형규 목사의 사망 소식이 이날 새벽 외교부 관계자에 의해 공식 확인되면서 기자실과 브리핑실의 분위기는 무척 침울해졌다.
외교통상부는 당국자가 이날 새벽 잠시 브리핑실에 들러 피살자의 신원이 배 목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간략한 설명만 했을 뿐 오전에는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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