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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협상국면’ 왜 배 목사가 살해됐을까?

등록 2007-07-26 17:28수정 2007-07-26 19:27

탈레반에 살해된 배형규 분당 샘물교회 목사. 자료사진
탈레반에 살해된 배형규 분당 샘물교회 목사. 자료사진
‘요구 수용’ 잔혹한 경고…종교적 적대감 겹쳐
협상에 불만품은 강경파 소행일 가능성 커
‘아프고 걷지 못해 살해했다’는 얘기도 있어
탈레반은 왜 배형규 목사를 첫 살해 대상으로 택했을까?

피랍자 일부 석방설이 나돌던 25일 밤(현지시각 오후 4시께) 탈레반이 배 목사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살해 동기와 함께 왜 배 목사 한사람만을 골랐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의 말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탈레반이 배 목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시각을 전후해 석방 협상에서 유화적 분위기가 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살해 시각과 일부 피랍자 석방 움직임의 선후관계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협상 진행에 불만을 품은 강경파가 제동을 걸려고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러 그룹이 이번 사건에 간여하고 있고, 탈레반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의 견해차가 있다는 관측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때까지 협상시한을 4차례 연장하며 “인내심이 다해간다”고 경고한 탈레반이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을 수 있다. 아프간 군경과 미군에 사실상 봉쇄당한 현지 납치세력으로선 사태 장기화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전격 살해에 나섰을 것이란 풀이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이 8일째로 접어든 26일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들머리에 피랍자들의 무사귀국을 기원하는 화환이 놓여져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이 8일째로 접어든 26일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들머리에 피랍자들의 무사귀국을 기원하는 화환이 놓여져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탈레반이 배 목사를 선택한 이유로는 종교적 배경이 가장 설득력있게 거론된다. 탈레반은 피랍자에 대한 신문과 수색을 통해 배 목사의 신분을 쉽게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에 탈레반 쪽은 “우리는 이들이 선량한 이슬람 교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온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명을 고른다면 피랍자 일행을 이끌고 있는 이교도 성직자로 남성인 배 목사가 유력했음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미군의 침공을 십자군전쟁으로 바라보는 탈레반의 시각은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더불어 키웠다.

탈레반은 이슬람 중에서도 종교적 배타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나르주에서 붙잡혔다가 하루 만인 25일 풀려난 아프간 출신의 덴마크 방송기자는 “탈레반 무장세력한테 ‘난 무슬림이다’고 말하고 기도를 올렸더니 풀어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덴마크도 파병국이지만, 피랍자의 종교가 구명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이다.

배 목사의 건강과 죽음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경찰관은 피랍자 중 1명이 아프고 걷지 못해 살해했다는 얘기를 무장세력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약품이 모자란다고 말한 적이 있어, 배 목사 등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을 수 있다는 짐작도 나온다. 한국인들보다 하루 앞서 탈레반에 납치된 2명의 독일인 기술자 가운데 1명은 총상을 입은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그가 당뇨병을 앓아 거추장스럽게 여긴 탈레반이 살해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피랍 지점 근처 도로변에서 발견된 배 목사의 주검은 가즈니주의 미군부대로 옮겨졌다는 아프간 협상단 관계자 말을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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