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출신들 아타까움 표현
‘테러리스트 오해살라’ 우려도
‘테러리스트 오해살라’ 우려도
26일 낮 12시50분께 서울 이태원 한국이슬람교 중앙성원에 점심 기도를 하려는 무슬림 50여명이 모여 들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아브라함 칸(43)씨는 라이터를 켜 보이며 “무슬림들은 불처럼 뜨겁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평화로운 사람들”이라며 “억류된 한국인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 소수의 가짜 무슬림들을 만나면서 불행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 등 무슬림들은 배형규 목사의 살해 소식에 가슴아파 했다. 일부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무슬림들이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내비쳤다. 이날 중앙성원 주위에는 의경 1개 중대와 소방차 한 대가 배치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지 5년이 된 샤히다(17)양은 히잡을 쓰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했다”며 “아침에 집 밖으로 나오는 데 엄마가 조심하라고 했고, 사람들이 자꾸 흘끔거려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은 사람을 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은 한국 경찰의 긴장된 표정과는 달리 대부분 담담한 얼굴로 성원을 나왔다.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쇼아입 하산(38)씨는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에 온 지 7년째여서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살해 사건도 한국에서 경험했다는 그는 “한 사람의 죽음은 기독교에서도 이슬람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배 목사의 죽음으로 무슬림 전체가 탈레반과 같은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압두 라직 손주영 회장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내 억류 한국인 석방을 위한 2차 호소문’을 내 “억류된 한국인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석방을 강력히 촉구하며, 16억 무슬림 형제들이 한뜻으로 도와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 쪽은 “공식적 견해가 없다”며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하어영 기자, 유동엽 인턴기자(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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