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사태 상황도
3개단체 통제 아래 7곳 분산 억류
정부 “다양한 접촉통해 신병안전 확인”
정부 “다양한 접촉통해 신병안전 확인”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고, 애초 풀려날 것으로 예상됐던 8명마저 탈레반 장악 지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지자, 피랍 한국인 22명의 신변 이상 여부와 억류 상황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을 지금 어떤 세력이 억류하고 있고, 이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는 앞으로 사태 전개 과정에서 핵심 변수다.
정부는 25일 밤부터 26일 오전 사이 1차적으로 이들이 안전한지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 정보기관의 한 고위 간부는 이날 “애초 계획과 많은 것이 어긋난데다, 현지가 밤 시간대라 정보 수집과 판단에 어려움이 컸다”며 “날이 밝으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후 “다양한 접촉선을 통해 현재까지 (22명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아프간 소식통도 탈레반이 이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으며, 인질들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연합뉴스>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탈레반이 인질 1명의 육성녹음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억류 상황과 관련해, 일단 정부는 납치된 한국인들이 성격과 목적이 서로 다른 탈레반 3개 무장세력의 통제 아래 7곳에 분산 억류된 정황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전언들을 모으면, 애초 석방이 예상됐던 8명은 탈레반 무장단체의 인솔 아래 억류됐던 산악지대를 벗어나 산 중턱 지역까지 내려오다가 갑자기 되돌아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 변화를 두고선 엇갈린 두 갈래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어느 쪽이든 무사귀환 직전에 다시 억류상태로 돌아간 피랍자 8명은 경제적 보상을 담보로 한 협상을 지지하는 온건파 무장단체의 수중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나머지 14명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략적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회 회의장에서 취재 카메라에 잡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모엔 ‘8+6+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8과 6 밑엔 ‘돈’과 ‘해결’, 9 밑에는 ‘강경’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돈이라고 적힌 두 그룹은 경제적 대가를 통한 타결이 가능하지만, 강경으로 분류된 그룹은 돈이 아닌 탈레반 수감자와의 맞교환을 요구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 무사귀환이 예상됐던 8명은 온건그룹의 8이란 숫자와 일치한다. 숨진 배 목사는 강경파에게 억류된 9명 중 1명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는 풀려나다 온건파 은신처로 되돌아간 8명과 계속 온건파에게 억류돼 있는 6명, 강경파한테 인질로 잡힌 8명 등 ‘8+6+8’의 분산 구도가 지금도 큰 틀에서는 유효하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각각의 그룹이 또 어떤 단위로 7곳에 분산된 것인지 따위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당국자는 “현지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 등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한국인들의 안전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25일 밤 사이 급격한 상황 변동을 고려해 다시 안정적인 정보 판단 단계에 이르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무장세력이 워낙 자주 이동해 온전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손원제 이제훈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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