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씨 CBS통화…최소한 여성 인질 2명 건강 악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인 피랍사태가 9일째 접어들면서 인질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미국 CBS 및 아프간 파지와크 통신과 통화한 여성 인질은 "인질 가운데 여러 명이 아프지만 충분한 약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아프간 정부에 대해 "때를 놓치기 전에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교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임현주 씨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또 아프간 지역 라디오와의 통화에서는 "지금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 그런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는다"면서 "다른 여성 인질 1명도 매우 아픈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아프간 현지 소식통이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볼때 최소한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피랍사태 초기에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한국인 인질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장담했다. 그는 한국인 인질들에게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했으며 아침 메뉴로는 초콜릿과 비스킷을 제공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인질 석방협상에 실패한 뒤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한 24일부터 인질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아마디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간접 인터뷰에서 "인질의 상태가 좋지만 생명유지에 필요한 음식과 약품 등이 부족하다"고 말해 일부 인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시사했다.
납치범들이 음식과 약품의 부족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으로 미뤄 납치범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보급로가 차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질들이 수용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가즈니 주(州) 카라바그 지역으로 이 곳은 수도 카불에서 175㎞ 가량 떨어진 사막과 산악지대.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인 인질 22명, 특히 18명의 여성 인질들이 해발 2천m의 고지대에서 부족한 산소와 급격한 기온차, 야생생활을 방불케 하는 환경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또 탈레반 무장세력이 근거지 노출을 우려, 인질들을 계속 이동시키고 있고 식료품과 식수, 의약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인질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원인은,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는 등 신변 위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겪게 되는 정신적 공황상태일 것으로 판단된다.
억류된 인질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이미 배 목사 피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사지(死地)에 놓였다는 절박감, 절망감에 심리적 위축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신체적으로도 급격히 쇠약해 질 수 있다.
khm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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