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배형규(42) 목사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지 이틀째인 27일에도 배 목사의 부모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칩거하고 있다.
인기척이 없던 배 목사 부모가 사는 아파트에 전날 밤 한때 불이 켜지기도 했으나 이날 오전 내내 현관문에는 여전히 A4용지 크기의 종이에 '지금은 부재중입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었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앞 집에 사는 주민은 "오늘 새벽에 몇 명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뿐 그 뒤로는 사람이 왕래하는 기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께는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밑반찬을 들고 배씨 부부의 집을 방문한 뒤 곧바로 사라지기도 했다.
이날 저녁 '배 목사 추모예배'를 준비하고 있는 제주영락교회의 김정서 담임목사는 "지금까지 서울에 있는 배 목사의 형 준규씨와 통화를 했을 뿐 배 장로님 내외분과는 통화할 수 없었다"며 "준규씨가 박 목사의 모든 장례일정을 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추모 예배에 배 장로 내외가 참석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배 목사의 시신을 가족들이 기증하기로 함에 따라 오늘 예배가 우리 교회가 드리는 사실상 마지막 추모예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영락교회에는 이날도 신도들의 24시간 '릴레이 기도'가 이어졌으며 교회 한 쪽에서는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찬양 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릴레이 기도를 한 김미자(48.여) 씨는 "아직 남아있는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과 돌아가신 배 목사님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 (제주=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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