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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면역력 뚝 떨어져 탈진 시작…피랍자에 가장 힘든 시기”

등록 2007-07-27 16:46수정 2007-07-27 19:35

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병사가 26일 수도 카불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바그람기지 정문 앞에 앉아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전날 살해된 배형규 목사의 주검은 이날 이 기지 안에 있는 한국군 동의부대로 옮겨졌다. 바그람기지/AFP 연합
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병사가 26일 수도 카불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바그람기지 정문 앞에 앉아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전날 살해된 배형규 목사의 주검은 이날 이 기지 안에 있는 한국군 동의부대로 옮겨졌다. 바그람기지/AFP 연합
전문가들이 본 ‘피랍 10일째’
28일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열흘째로 접어든다. 전문가들은 인질로 잡힌 한국인 피랍자들이 극심한 탈진과 좌절감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 모두에서 분기점을 맞을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인질로 잡힌 열흘이란 시점은 납치범과 인질 모두가 동화감을 느끼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발생할 수 있는 고비라고 지적했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납치된 지 8~9일이 지나면서 피랍자들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주일 이상 고강도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데다 생활여건이나 식사, 물 등의 공급도 열악하다고 볼 때 신체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탈진 상태가 시작될 시점”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이 피랍자들에게는 신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10일이라는 시점은 극한적인 절망과 생존의지가 갈리는 분기점의 의미가 있다. 인질협상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열흘 정도가 되면서 인질들은 자포자기하는 경우와 차츰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살 길을 찾는 경우로 나뉘게 된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사태 장기화에 따라 생존의지가 강한 일부를 뺀 피랍자 다수는 무력감과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피랍자들이 한 데 모여있느냐, 분산돼 있느냐도 그들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황 교수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그들이 서로 분산돼 있다면 고립 불안은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며 “전체를 이끌며 심리적인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배형규 목사의 희생도 좌절감을 강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기에 이르면서 인질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다른 종류의 왜곡된 심리 현상으로 돌려 드러내기도 한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납치에 대한 저항감과 분노, 자신만이라도 빠져나갈 수 없을까 하는 희망 등 모순적이고 갈등적인 상황에서 인질이 납치범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의존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종화 교수도 “인질 뿐 아니라 납치범도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인질과 납치법 사이 심리적 동화관계가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의 작은 관심도 인질들에겐 생환 의지를 북돋우는 큰 심리적 위안이 될 수 있다. 이수정 교수는 “외부의 구조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느냐가 인질의 심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의 의료품 전달 등은 인질들에게 우리가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희망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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