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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랍 가족들 “눈물도 피도 말라갑니다”

등록 2007-07-27 19:17수정 2007-07-27 23:41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씨와 형 배신규씨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남아 있는 22명의 무사 석방을 촉구하는 눈물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분당/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씨와 형 배신규씨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남아 있는 22명의 무사 석방을 촉구하는 눈물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분당/사진공동취재단
“가져간 약 떨어질 때 됐을 것” 불안·걱정
지병 사실 알려지면 안 좋을까봐
“눈물 마른 지는 오래고 이젠 피도 말라가고 있답니다. 제발 빨리 구해주세요.”

27일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분당새도시 샘물교회 지하의 대책본부는 하루 종일 초조, 불안, 희망이 시시각각 교차했다.

특히 피랍된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소식을 전한 임현주(32)씨의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환자 가족들의 가슴은 숯덩이로 변해가고 있다. 임씨가 힘겨운 목소리로 피랍 인질 가운데 상당수가 아프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이 “아프간 가즈니주의 탈레반 지도자가 ‘한국인 인질 남성 한 명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가족들은 발을 굴렀다.

실제로 남성 인질 가운데 한 명은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데, 가족은 “몸이 아픈 것이 알려지면 납치 세력들이 해코지할지 모른다”며 극도로 불안해했다. 배형규(42) 목사 피살 직후 일부 외신 등에서 ‘무장세력이 몸이 좋지 않은 인질을 골라 살해했다’는 보도를 한 탓으로, 가족들은 피랍자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자들에게 “아픈 사실을 감춰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박영주 교수는 “암으로 갑상선을 제거한 환자는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며 보름 이상 먹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여성 인질은 아프간을 떠나기 직전 ‘몸이 안 좋은 가운데 떠난다’는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한 피랍자 가족은 “대부분 인질이 여성이어서 개인위생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며, 평소 지병이 있는 사람들은 약을 가져가긴 했지만 이마저도 떨어질 때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머물렀던 가족들은 이날 오전 집과 가까운 분당 샘물교회 지하에 대책본부를 마련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이 긴장과 피로에 지쳐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교회 쪽이 특별식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입을 대는 사람은 드물었다.

가족들은 특히 연장된 협상 시한인 이날 오후 4시30분이 되자 극도의 긴장감 속에 빠져 들기도 했다. 일부 가족들은 가슴을 너무 졸인 탓에 텔레비전조차 보지 못하고 공황 상태에 빠져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무사귀환만을 기도했다.


피랍 인질들의 소식을 전한 임씨의 오빠 임철(34)씨는 “원래 동생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침착한 것 같다”며 동생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임씨는 특히 “미국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성남 대구 제주/김기성 최원형 구대선 허호준 기자 player18@hani.co.kr

배목사 부인 “남편도 22명 석방 간절히 원할 것”

“한 번만 더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프간 무장세력에게 납치·피살된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아직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배 목사 피살 소식 사흘 만인 27일 오후 6시10분께 분당 샘물교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듯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수건을 꼭 움켜진 채 말을 이어갔다. “(아홉 살 난 딸에게) 모든 것을 다 설명했어요. 그날이 아빠 생일이었는데 제일 큰 선물을 받아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딸에게 말해 줬어요.”

김씨는 이날 직접 읽은 호소문을 통해 “하늘에 있는 남편도 남아 있는 22명의 피랍자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랍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더 이상의 슬픔으로 깊어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배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동생이) 2004년도에 폐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완치돼 문제가 없었다”면서 배 목사가 피살된 이유가 심하게 아팠기 때문이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샘물교회는 배 목사 빈소를 28일 오후 2시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하기로 했으며, 장례위원회(위원장 박은조 담임목사)를 꾸려 교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교회 사무처장 권혁수 장로는 “배 목사의 주검 도착일을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주검이 도착하면 구체적 장례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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