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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의약품 진통제 2가지뿐”…보급로 막혀 고통가중

등록 2007-07-27 19:28수정 2007-07-27 19:32

한국인 인질 상황에 대한 엇갈리는 주장
심리적 공황상태 가능성…“2명 매우 아프다”
‘어디에 어떻게 있나’도 엇갈려…역정보 난무
정부 “7곳”, 탈레반 “11곳”, 임현주씨 “2곳”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의 억류 기간이 28일로 열흘째를 맞이하면서 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상황을 전하는 말들이 상당히 엇갈려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건강 상태=피랍이 장기화하면서 인질들의 심리적·육체적 건강이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트레스와 공포,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 탈레반 무장대원들의 번뜩이는 감시 눈초리,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망감 등이 심리적 공황 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해발 2000m의 고산지대에서 부족한 산소와 고온건조한 기후, 급격한 일교차, 불편한 식사와 잠자리로 건강한 사람들도 이상 징후를 느낄 만한 시점이다.

정부는 인질들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안의 예민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쪽은 “인질 가운데 일부가 아픈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억류 상태의 임현주씨는 심리적 공포감까지 겹친 탓인지 “모두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역시 임씨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현지 라디오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나와 다른 여성 인질 한 명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해, 적어도 2명이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가즈니주를 관할하는 탈레반 주지사라고 밝힌 물라 무하마드 사비르는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여성 가운데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인질이 없으며 남성 인질 1명의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피랍자들에게 구체적인 질병이 있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정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피랍자 가운데 갑상선암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갑상선 호르몬제를 보름 이상 복용하지 못하면, 힘이 빠지고 몸이 붓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변비와 소화불량이 생기는 등 신진대사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26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현장을 아프간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이날 테러로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으로 활동하던 영국군 병사 1명이 숨졌다. 칸다하르/AFP 연합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26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현장을 아프간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이날 테러로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으로 활동하던 영국군 병사 1명이 숨졌다. 칸다하르/AFP 연합

보급 상황=아프간 군경과 나토군이 무장세력 근거지 주변을 봉쇄해 보급로를 차단한 상황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7일 “약이 부족하다. 우리가 보유한 약은 아프간에서 많이 쓰이는 두통약(알약 형태) 등 진통제 두 가지뿐이다”, “아프간식 음식과 음료를 주고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급 사정이 여의치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 사건 초기인 23일 “인질들이 아침에는 초콜릿과 비스킷 등을 먹었다”며 “탈레반은 앞으로 인질들에게 달걀과 고기를 주겠다”고 밝힌 것과 차이가 나는 발언이다.

보급로가 차단돼 사건이 장기화할수록 탈레반 무장세력뿐만 아니라 인질들이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생필품 및 의약품과 관련해) 되도록 조속한 전달을 위해 관계 요로와 사전에 협의해 두고 필요한 운반 절차 등을 지금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억류 상황=정부 추정과 탈레반 쪽의 주장, 미국 <시비에스> 방송을 통해 전달된 임현주씨의 육성이 모두 다르다.

사건 초기인 지난 21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인질들이 3곳에 분산 수용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들어선 3개 탈레반 무장세력의 통제 아래 7곳에 분산·억류돼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7일 <연합뉴스>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모두 11곳에 2명씩 분산·수용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임현주씨는 “저는 나머지 여성 17명과 같이 있다. 남성들은 따로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 성별로 분리 수용돼 있다는 것이다.

아마디의 주장은 의도된 ‘역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자그마치 11곳에나 분산돼 있으므로 구출작전은 엄두도 내지 말라’는 얘기로 보인다. 임씨가 탈레반의 감시 아래 인터뷰를 한 만큼, 임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엇갈리는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흘려 혼선을 부추기려는 탈레반 쪽의 심리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탈레반이 구출작전을 피하기 위해 인질들을 자주 이동시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파악한 정보도 ‘한시적 진실’일 수밖에 없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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