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에 돌아오면 세배도 하고 꼭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가운데 26일 밤 육성이 공개된 현지 인솔자 임현주(32.여)씨의 아버지 임석지(60)씨는 28일 "이번에 돌아오면 결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주가 납치됐다는 소식은 내가 걱정할까봐 자식들이 말을 안해 4일 전에야 알았다"며 "피랍자 명단과 사진에도 없어 설마했는데 뉴스를 통해 딸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는 "어릴때부터 착하고 마음이 여려 울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아이였다"며 현주씨 어린 시절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딸이 지난 6월 아프간에서 현지인 치료를 위해 일시 귀국했을 때도 너무 바빠 2번 밖에 얼굴을 보지 못했다"면서 "딸은 자신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임씨는 "현주가 이달 초 전화를 했길래 '할아버지 제사가 7월5일이니까 집에 들르라'고 했더니 아프간으로 떠나려고 공항에 나와 있다며 제 걱정은 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주가 침착하고 슬기롭게 잘 견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의 한 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임씨는 "27일 밤샘근무를 서면서도 계속 관련보도를 들으며 딸의 석방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면서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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