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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단계적 맞교환’ 강조…석방협상 장기화 우려

등록 2007-07-29 18:59수정 2007-07-29 22:40

탈레반과 한국인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협상단이 28일 협상에 앞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단에는 아프간 정부 관계자와 이슬람 성직자, 전 탈레반 지도자까지 참여하고 있다. 카라바그/신화 연합
탈레반과 한국인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협상단이 28일 협상에 앞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단에는 아프간 정부 관계자와 이슬람 성직자, 전 탈레반 지도자까지 참여하고 있다. 카라바그/신화 연합
한국 정부 ‘일괄타결’ 전략과 상반된 주장
수감자들 고위급 아니다 조기타결 압박 속
인질관리 어려움·나토 소탕작전 등 부담으로
협상전략 공개 안팎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한국인 인질 석방에 대한 자신들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이 내놓은 협상 전략의 뼈대는 2~3차례에 걸친 ‘수감자와 인질의 단계적 맞교환’이다. 한국 정부의 특사가 아프간에 도착한 지난 27일 밤, 탈레반 지도부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협상 전략을 집중 논의한 뒤 나온 ‘단일 협상안’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를 향한 분명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는 배형규 목사의 피살과 석방 예정이었던 인질 8명의 재억류 이후 한국 정부가 22명에 대한 포괄교섭, 즉 일괄타결을 추진하는 것과 상반된다.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탈레반 쪽도 석방자 요구의 수위가 높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강조했다. 사건이 열흘을 넘기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엔 “협상 시한 무기한 연기”라는 기존 결정을 뒤집으면서, 새 협상시한을 30일 오후 4시30분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여성 인질들의 호소도 잇따라 공개했다.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이지만, 한편으론 소탕작전 등의 위험과 23명이나 되는 최대 규모의 인질들에 걸맞은 ‘전리품’ 획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탈레반 지도부의 부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감자는 평범한 탈레반 협조자”=탈레반은 29일 이번 홈페이지 인터뷰를 비롯해 외신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들은 평범한 탈레반의 협조자일 뿐 고위급이 아니다’라고 잇따라 강조했다. 아마디는 홈페이지에 올린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가 미국의 관할하에 있어 한국인들과 교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미군이 관할하는 고위급 수감자 석방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아프간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부담감과 협상 타결에 대한 조급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사히신문>은 28일 가즈니주 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과 아랍계, 체첸인 등 아프간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강경파 무장세력이 이번 석방 협상에 개입하고 있다며, 탈레반이 알카에다 관계자 석방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출작전 대비 강화=무니르 망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28일 “협상으로 해결되리라 믿지만 대화가 실패하면 또다른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른 수단이 무력 사용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을 소규모로 분산해 이동시키고 있다. 가즈니주 정부 당국자는 28일 <아사히신문>에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감금해 왔지만 며칠 전부터 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워 이동시켜 2~3명씩 나눠 분산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케이>(NHK)도 탈레반이 인질들을 데리고 마을이나 산악지대, 지하 참호 등을 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즈니주에서 멀지 않은 남부 칸다하르와 헬만드 등에서 나토군의 대규모 탈레반 소탕작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알자지라>는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부족 지도자들 가운데 탈레반 조직원들이 포함돼 있으며, 아프간 정부는 모른 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 조직원들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인질들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 사태 장기화에 대한 여론의 비난, 탈레반 세력의 노출 등 어려움 앞에 탈레반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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