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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한명씩 살해 위협…매일 위치이동…넷만 함께있다”

등록 2007-07-29 19:05수정 2007-07-29 19:31

유정화씨
유정화씨
분산수용 더 나뉜듯…“우리 모두 아프다”
이틀전 유정화씨보다 ’절박함’ 수위 높아
전문가들 “탈레반, 협상 압박 강한 의지”
‘두번째 육성’ 통해 본 피랍자 상황변화

지난 26일 한국인 인질 중 임현주(32)씨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된 데 이어, 28일 유정화(39)씨가 <로이터> 통신과 전화통화를 한 내용이 보도됐다. 유씨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위협받고 있다”며 “제발 살려달라,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유씨의 통화 내용과 임씨의 육성을 비교해 보면, 인질들의 상태가 상당히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유씨는 “지금 우리는 넷 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혀, 인질들이 여러곳에 분산돼 고립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씨가 지난 26일 성별로 분리 수용돼 있음을 내비친 것과는 다르다.

임씨의 육성 녹음은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직후인 25일 밤(현지 시각)에 이뤄져, 탈레반은 26일 오전 외신에 구매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유씨의 인터뷰는 “9일째 잡혀 있다”고 말한 점에 비춰 27일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략 하루 반나절~이틀 정도의 사이에, 배 목사를 살해한 탈레반은 군사적 구출 작전을 우려해 인질들을 좀더 분산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인질협상 전문가인 경찰대 이종화 교수는 “탈레반 입장에서 인질들이 어떤 식으로 분산돼 있는지는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라며 “무장단체가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어 100% 믿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협상이 막바지 갈림길로 들어서면서, 예민해진 탈레반이 인질들의 신변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지할 수 있다. 유씨의 통화내용 가운데 “가끔 그들(탈레반)이 우리를 하나씩 죽이겠다고 말하고, 매일 우리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은 임씨의 육성 녹음에는 없던 것들이다. 유씨는 “우리는 약간의 과일(음식?)만 먹고 있다”고 말해 보급 사정이 여의치 않음도 내비쳤다. 유씨는 임씨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 아프다”고 전했다.

이종화 교수는 “‘인질이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 빨리 협상하라’라는 한국 정부에 대한 탈레반의 압박 전술”이라며 “협상을 실현시키려는 탈레반쪽의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레반도 대규모로 납치를 했던 적이 없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피랍 유정화씨 2분간의 발언 전문

“우리는 여기 9일째 붙잡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가끔 그들(탈레반)이 우리를 하나씩 죽이겠다고 말하고, 매일 우리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지금 우리는 넷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 가족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어?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게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그들이 살아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약간의 과일(음식?)만 먹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위협받고 있습니다. (안 들림) 그들은 모두 무장해 있습니다… 헬로?(남성) 유엔(?)과 유네스코, 모든 곳에 말해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집에 가고 싶습니다. 전쟁(교전)은 안 됩니다. 전쟁 안 됩니다. (안 들림)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픕니다. 제발 한국과 미국 정부에 말씀드려 주세요. 전 너무 무서워요. 말하기 어렵네요…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육성 공개 유정화씨는

영어강사 일하며 2번쨰 봉사
현지 어린이 교육·통역 맡아

아프간에서 납치된 임현주(32)씨에 이어 두번째로 외부와 연락이 닿은 유정화(39·여)씨는 5~6년 전부터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한 유씨는 국내 유명 인테리어 소품 전문업체와 의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유씨는 지난해 아프간에 첫 해외봉사 활동을 다녀온 뒤, 주위 사람들에게 “아프간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 됐다”고 말하곤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아프간으로 두번째 봉사활동을 떠났다 납치된 유씨는 현지에서 영어 통역과 어린이 대상 교육 봉사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세 자매 가운데 맏딸인데, 쾌활한 성격에 정도 많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며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했다. <로이터> 전화통화에서 “우리 모두 아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말한 유씨는 평소 혈압이 낮고 몸이 약한 편이라고 가족들은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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