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홈페이지에 전략 공개…부시·자르카이 내달 5일 회담
백 특사, 아프간 대통령 면담…‘수감자 석방’ 확답 못받은 듯
백 특사, 아프간 대통령 면담…‘수감자 석방’ 확답 못받은 듯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11일째인 29일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포로를 2~3차례에 나눠 맞교환하는 것”이 자신들의 전략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탈레반 홈페이지(www.alemarah.org)에 실린 자체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은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났으나 수감자 석방에 대해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르자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해, 사태 해결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는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략은 한국인과 우리 포로를 2~3차례에 나눠 교환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대규모 인원의 맞교환이므로 상호 신뢰를 쌓아가며 천천히 해야만 한다. 만약 (적은 인원도 맞교환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규모 인원을 맞바꿀 수 있겠나”라고 단계적 맞교환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신뢰의 표시로 8명을 먼저 맞교환한 뒤에 나머지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디는 이날 아프간 정부와는 “더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30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각)을 새 시한으로 설정하고,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날 백 실장과 만나 인질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한국인 피랍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수감자 석방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아프간 소식통이 전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피랍 한국인 무사귀환 문제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8월 5~6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카르자이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29일 밝혔다. 그때까지 한국인 피랍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편,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지사는 28일 치안 불안으로 아프간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접촉이 무산돼 한국 정부가 보낸 의약품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9일 이탈리아 로마 남부의 교황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주일 미사에서 “납치는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호소했다. 김순배 신승근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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