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 정부-탈레반 ‘여성인질 우선석방’ 명분싸움

등록 2007-07-30 21:27수정 2007-07-31 00:55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임현주(32)씨 모교인 대구과학대에서 임씨의 동기생 96학번 황수정(31)씨 등 300명이 모여 임씨의 얼굴이 있는 큰 벽걸이그림을 내걸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AP 연합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임현주(32)씨 모교인 대구과학대에서 임씨의 동기생 96학번 황수정(31)씨 등 300명이 모여 임씨의 얼굴이 있는 큰 벽걸이그림을 내걸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AP 연합
탈레반 “서방 군대도 아프간 여성 가둬”
수감자 석방요구 8명 명단 여성으로 교체
“여성 납치는 이슬람과 아프간 문화에 반한다. 우리 땅에서 이런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치를 송두리째 모욕하는 것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서방 군대가 아프간 여성들을 바그람과 칸다하르의 기지 안에 가둬두고 있다. ‘눈에는 눈’이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여성 인질’들의 운명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다.

■ 전략적 명분 싸움?=여성 인질 문제는 ‘정치적 명분싸움’이다. 아프간 정부는 22명을 한꺼번에 석방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18명의 ‘여성 인질 우선 석방’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탈환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이 현지 정서와 이슬람 신앙을 무시하고 여성 인질을 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여성인질 석방→추가 석방교섭→남성인질 석방’의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탈레반도 정부의 약한 고리를 공격했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29일 <에이피>(AP)통신에 “외국군이 아프간 여성들을 붙잡고 있다”며 “여자든 남자든 어린이든 우리는 이들을 구금할 수 있고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탈레반, 여성 수감자 석방 요구”?=탈레반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8명의 우선 석방 수감자를 교체한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는 아프간 정부쪽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교체된 석방 수감자들은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탈레반쪽은 미군이 억류 중인 탈레반 수감자들 가운데 여성에 대한 미군의 성폭행 등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여성 인질-수감자 석방은 미국이나 아프간으로서도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돌파구를 기대했다. 탈레반 여성 수감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탈레반 소탕 명분으로 무차별적 체포가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동조자 등으로 붙잡힌 여성 수감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아마디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감자들이 고위급이 아니라 단순한 협력자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아프간 내에 미군 관할 구금시설이 20곳이며 미 중앙정보국(CIA) 관할 비밀 시설이 따로 있고, 2003년 가혹행위로 수감자 2명이 숨지는 등 인권유린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 여성은 이슬람의 성역?=<코란>의 4장은 일명 ‘여성의 장’으로 불릴 정도로 여성의 권리와 의무를 상세히 기술한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도 여성 보호에 대해 서술한다. 무함마드의 부인 아이샤가 4대 칼리프였던 알리에 반기를 들고 내란을 일으켰으나, 여성이기 때문에 풀려났다는 해석이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코란>과 <하디스>에 여성은 살해할 수 없다는 명시적 구절은 없지만, 이슬람 역사에서 여성 포로 살해를 금기시 해왔다”며 “탈레반이 민심 악화를 무릅쓰고 여성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탈레반은 집권 시절 ‘부도덕한 행위’를 이유로 여성들을 공개처형하는 등 명분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수감자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명분만으로 여성 인질들이 풀려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 석방협상 교착…“8월 1일까지 더 교섭”
▶ ‘퇴로’ 막힌 피랍사태…앞으로 어떻게?
▶ “육성 공개 중단해달라” 피랍자 가족들 호소
▶ 배목사 주검 17일만에 고국으로…인천공항은 침울했다
▶ 교황-탈레반 한바탕 설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