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희생 땐 `협상' `무력동원'중 택일 기로설 듯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의 석방을 위한 교섭이 30일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서히 사태의 두 극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두 극단이란 바로 탈레반 측의 한국인 인질 추가살해와 인질구출을 위한 아프간과 현지 동맹군의 군사작전 옵션이다.
양측이 협상에서 계속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두 극단의 옵션은 점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탈레반 측은 탈레반 수감자-인질 맞교환 카드를 굽히지 않고 있고 아프간 정부도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듯한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이런 완강한 입장 속에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 측은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이후로도 30일까지 몇차례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인질 추가 살해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나 한국 정부측은 현재까지 또 하나의 극단적 수단인 군사작전을 사용할 것이라는 말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인질의 생명을 최우선시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아프간 측이 한국의 동의없이 군사작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군사작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도 30일 "피랍자들을 무사하고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장단체와 평화적인 접촉과 대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무력사용 방안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지난 25일 피살된 배형규씨에 이어 추가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 변경 사유가 생기면 이 같은 입장 역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국면에서 계속 희생자가 나온다면 차라리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무력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질의 추가 희생이 있을 경우 한.아프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협상'과 `군사작전 전개'를 놓고 택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협상 전문가는 "배씨가 살해된 당시 상황과 추가 희생이 발생했을 경우의 상황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사작전의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탈레반 측이 배씨 살해 이후의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인질 을 추가로 살해하지 않고 있는데는 군사작전 가능성이 갖는 억제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비록 `잃을 게 없다'는 식의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인질을 재차 살해, 위협의 전압을 높이려는 시도가 자칫 무력사용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궁지로 협상 상대를 몰아 붙일 수 있다는 판단을 그들도 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에는 설득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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