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임현주(32)씨 모교인 대구과학대에서 임씨의 동기생 96학번 황수정(31)씨 등 300명이 모여 임씨의 얼굴이 있는 큰 벽걸이그림을 내걸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구/AP 연합
탈레반 “서방 군대도 아프간 여성 가둬” 주장
심성민씨 살해로 여성인질 석방도 장담 못하게 돼
심성민씨 살해로 여성인질 석방도 장담 못하게 돼
“여성 납치는 이슬람과 아프간 문화에 반한다. 우리 땅에서 이런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치를 송두리째 모욕하는 것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서방 군대가 아프간 여성들을 바그람과 칸다하르의 기지 안에 가둬두고 있다. ‘눈에는 눈’이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
탈레반이 30일 심성민(29)씨로 추정되는 남성 인질 한명을 또 다시 살해했다는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가 전해지면서, 수감자 석방 요구를 거부하고 ‘여성 인질 우선 석방’으로 탈레반을 압박하려던 아프간 정부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제 남성 인질 수가 더욱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 인질들의 운명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치열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명분 싸움?=여성 인질 문제는 ‘정치적 명분싸움’이다. 아프간 정부는 22명을 한꺼번에 석방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16~18명의 ‘여성 인질 우선 석방’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탈환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이 현지 정서와 이슬람 신앙을 무시하고 여성 인질을 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여성인질 석방→추가 석방교섭→남성인질 석방’의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탈레반도 정부의 약한 고리를 공격했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29일 <에이피>(AP)통신에 “외국군이 아프간 여성들을 붙잡고 있다”며 “여자든 남자든 어린이든 우리는 이들을 구금할 수 있고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여성 수감자 석방 요구”?=탈레반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8명의 우선 석방 수감자를 교체한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교체된 석방 수감자들은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탈레반 쪽은 미군이 억류 중인 탈레반 수감자들 가운데 여성에 대한 미군의 성폭행 등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여성 인질-수감자 석방은 미국이나 아프간으로서도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돌파구를 기대했다. 탈레반 여성 수감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탈레반 소탕 명분으로 무차별적 체포가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동조자 등으로 붙잡힌 여성 수감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아마디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감자들이 고위급이 아니라 단순한 협력자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아프간 내에 미군 관할 구금시설이 20곳이며 미 중앙정보국(CIA) 관할 비밀 시설이 따로 있고, 2003년 가혹행위로 수감자 2명이 숨지는 등 인권유린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여성은 이슬람의 성역?=<코란>의 4장은 일명 ‘여성의 장’으로 불릴 정도로 여성의 권리와 의무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도 여성 보호에 대해 서술한다. 무함마드의 부인 아이샤가 4대 칼리프였던 알리에 반기를 들고 내란을 일으켰으나, 여성이기 때문에 풀려났다는 해석이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코란>과 <하디스>에 여성은 살해할 수 없다는 명시적 구절은 없지만, 이슬람 역사에서 여성 포로 살해를 금기시 해왔다”며 “탈레반이 민심 악화를 무릅쓰고 여성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탈레반은 집권 시절 ‘부도덕한 행위’를 이유로 여성들을 공개처형하는 등 명분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수감자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명분만으로 여성 인질들이 풀려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게다가 이번 비보로도 재확인된 것처럼 남성 인질들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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