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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바로 하루 전에 건강한 목소리 들었는데…”

등록 2007-07-31 19:34수정 2007-07-31 22:22

아프간 탈레반한테 두번째로 희생된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와 이모 김정희씨가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도중 심씨의 생전 봉사활동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간 탈레반한테 두번째로 희생된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와 이모 김정희씨가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도중 심씨의 생전 봉사활동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직장 그만두고 ‘봉사’ 결심

희생자 심성민씨 주변표정

“제발 틀린 소식이길 ….”

아들 심성민(29)씨가 아프간 탈레반에 살해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31일 새벽 분당 샘물교회로 달려온 어머니 김미옥(60)씨는 충격과 비통함에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살려주세요. 왜 죽여요. 빨리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었다. 아버지 심진표(62·경남도의원)씨도 아들의 비보를 듣고 경남 고성에서 급히 올라왔다. 아버지 심씨는 무거운 얼굴로 “불과 하루 전 외신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건강한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애통해했다. 이들을 바라보던 다른 인질 가족들은 “참혹하게 숨진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도착한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 이제 더는 희생자가 없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나와 자형, 이모 등 유가족 10여명도 새벽부터 샘물교회에 나왔다. 유가족들은 “90살의 외할머니는 노환이라 손자의 죽음을 들으면 쓰러지실 것 같아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샘물교회 한편에서 링거를 맞으며 주변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절망의 늪에서 하루종일 헤어나질 못했다.

2남1녀 중 장남으로 집안 10대 종손인 심씨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번에 아프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는 사실을 동생에게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 효민(27)씨는 “형은 평소 정이 많고 자기 할 일은 정확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비보가 공식으로 확인되자, 자형 신세민(33)씨는 “외교통상부와 협의해 가장 빠른 민항기로 고인의 주검을 운구한 뒤 도착하는 대로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주검을 서울대병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숨진 심씨는 경상대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학군장교(ROTC 39기)로 군복무를 마치고 경기 성남시 한 정보통신업체에 다녔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시각장애인 고모(70)를 보고 자랐던 그는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의 뜻을 버리지 못해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고 관련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샘물교회에서 장애인 학생을 담당하는 ‘사랑부’ 교사로 1년여 활동했다. 심씨의 보살핌을 받은 장애인들은 “너무 따뜻한 분”이었다며 크게 슬퍼했다. 중증장애인 조혜숙(37)씨는 “심씨는 너무 착했어요. 너무 잘 해줬어요. 성실했어요. 빨리 다른 사람들도 풀려나게 해 주세요”라며 울먹였다. 김민지(27)씨는 “(울면서) 심성민 선생님은 좋은 분이셨어요”를 되뇌였다.

숨진 심씨의 할아버지는 일제의 교육·농업정책에 반대하며 독립운동을 벌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로 훈장을 받은 심재인(1918~1949) 선생이다. 성남 고성/김기성 최원형 최상원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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