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민씨가 두번째 희생자가 된 것은 우선 남성이라는 점이 꼽힌다. 현 상황에서 탈레반이 민심 이반 가능성을 무릅쓰고 이슬람과 아프간의 전통을 무시하면서 여성 인질을 먼저 살해하기는 어렵다. 결국 도덕적 비난을 최소화하려고 남성을 먼저 살해한 것이다.
심씨가 지난 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와 인터뷰를 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언론에 노출시킨 그를 희생시킴으로써 동정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의도했을 수 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이 31일 “(협상이 안 되면) 남성 인질을 먼저 순차적으로 살해한 뒤 여성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더는 여성들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한 신호다.
아마디는 지난 30일부터 “한국인은 아프간인을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려고 왔다”며 종교를 거론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29일 “여성 납치는 이슬람과 아프간 문화에 반한다”고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전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의 짐에서 기독교 포교 팸플릿을 발견했다면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이유로 여성 인질들을 특별히 대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애초 인질 23명을 여성 16명, 남성 7명으로 파악했다. 남성 인질이 5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 인질들의 운명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