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살해 ‘비관적 신호’
‘수감자 석방’ 협상 교착 빠지자 ‘압박전술’ 강화
최고지도자 오마르 중심으로 ‘주도권 장악’ 해석 탈레반이 두 번째 인질 심성민씨를 살해한 것은 ‘인질을 계속 살해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비관적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시한을 거듭 연장하면서 계속된 한국·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수감자 석방’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압박 전술’을 쓴 것이라는 것이다. 인질 추가 살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는 <에이피>(AP) 통신 등에 “카불과 한국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우리를 속이고 있다”며 “그들은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추가 살해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심씨를 살해한 뒤 곧바로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한 것도 인질들에 대한 동정론을 일으키려는 ‘강온 양면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물라 오마르의 의지” =탈레반은 최고지도자인 물라 모함메드 오마르의 의지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아마디는 30일 오후 협상 시한을 새로 제시하면서 “이 시한은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최고지도부 ‘지도자위원회’(슈라)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즈니주 지역 탈레반 조직과 군벌 조직, 지도자위원회의 견해가 뒤얽혀 강경·온건파의 의견이 충돌하던 이번 사태에 대해, 물라 오마르를 중심으로 한 탈레반 지도부가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몸값을 받고 인질을 석방하자는 온건파를 단속하고 내부 결집을 극대화한 탈레반 중앙 지도부가 전체의 명분을 위해 반드시 수감자 석방을 이끌어내겠다는 선언이다. ‘지도자 위원회’는 오마르가 서방 ‘점령군’에 대한 조직적 저항을 목표로 2003년 10명으로 조직한 지휘부다. 오마르는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뒤 파키스탄으로 탈출해 저항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으로서도 사상 최대의 인질사건인 이번 사건은 ‘중대 사안’이다. ■ 탈레반의 부담 =아마디는 31일 <연합뉴스>에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남성 인질을 살해하고 그 다음 여성 인질 차례가 될 것”이라며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사태 장기화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제로 인질들을 계속 살해할 우려도 높다고 지적한다. 유달승 외국어대 교수(이란어과)는 “탈레반에게도 이번 사태는 ‘기회’인 동시에, 많은 인원을 계속 관리하면서 군사작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아프간·다국적군의 군사작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탈레반도 사태를 조기 종결시키기 위해 협상단을 강하게 압박하려 할 것이고 추가 인질 살해 위험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아마디 대변인도 30일 “매일 밤 인질을 이동하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다”며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며 오늘 인질 살해는 이런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인 5~6일 열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사안이 거론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탈레반은 이를 겨냥해 최대한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최고지도자 오마르 중심으로 ‘주도권 장악’ 해석 탈레반이 두 번째 인질 심성민씨를 살해한 것은 ‘인질을 계속 살해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비관적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시한을 거듭 연장하면서 계속된 한국·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수감자 석방’ 목표를 이루지 못하자 ‘압박 전술’을 쓴 것이라는 것이다. 인질 추가 살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는 <에이피>(AP) 통신 등에 “카불과 한국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우리를 속이고 있다”며 “그들은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추가 살해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심씨를 살해한 뒤 곧바로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한 것도 인질들에 대한 동정론을 일으키려는 ‘강온 양면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물라 오마르의 의지” =탈레반은 최고지도자인 물라 모함메드 오마르의 의지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아마디는 30일 오후 협상 시한을 새로 제시하면서 “이 시한은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최고지도부 ‘지도자위원회’(슈라)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즈니주 지역 탈레반 조직과 군벌 조직, 지도자위원회의 견해가 뒤얽혀 강경·온건파의 의견이 충돌하던 이번 사태에 대해, 물라 오마르를 중심으로 한 탈레반 지도부가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몸값을 받고 인질을 석방하자는 온건파를 단속하고 내부 결집을 극대화한 탈레반 중앙 지도부가 전체의 명분을 위해 반드시 수감자 석방을 이끌어내겠다는 선언이다. ‘지도자 위원회’는 오마르가 서방 ‘점령군’에 대한 조직적 저항을 목표로 2003년 10명으로 조직한 지휘부다. 오마르는 2001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뒤 파키스탄으로 탈출해 저항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으로서도 사상 최대의 인질사건인 이번 사건은 ‘중대 사안’이다. ■ 탈레반의 부담 =아마디는 31일 <연합뉴스>에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남성 인질을 살해하고 그 다음 여성 인질 차례가 될 것”이라며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사태 장기화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제로 인질들을 계속 살해할 우려도 높다고 지적한다. 유달승 외국어대 교수(이란어과)는 “탈레반에게도 이번 사태는 ‘기회’인 동시에, 많은 인원을 계속 관리하면서 군사작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아프간·다국적군의 군사작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탈레반도 사태를 조기 종결시키기 위해 협상단을 강하게 압박하려 할 것이고 추가 인질 살해 위험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아마디 대변인도 30일 “매일 밤 인질을 이동하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다”며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며 오늘 인질 살해는 이런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인 5~6일 열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사안이 거론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탈레반은 이를 겨냥해 최대한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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