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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정부, 탈레반쪽과 교신 ‘입체적 교섭’ 노력

등록 2007-08-01 11:01

탈레반 측과 교신.국제사회 여론조성 등 다각도 접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발생 14일째를 맞는 1일 탈레반이 설정한 협상시한(한국시간 오후 4시30분)을 앞두고 세번째 희생자를 막기 위한 입체적인 대응에 나선다.

그간 납치단체와 직접 접촉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온 정부는 탈레반 측과의 전화통화, 별도의 중재인을 통한 탈레반 측과의 간접대화 등 경로를 활용하는 등 입체적 교섭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주 대사-탈레반 통화 의미는 =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지난 달 31일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가 처음으로 탈레반측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외신에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무장단체 일원임을 자처하는 자가 수차례 대사관 측에 전화를 걸어와 자신들의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직접 접촉으로 보기보다는 `교신'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통화를 통해 전해지는 탈레반 측 입장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고 보고 우리도 우리 입장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채널로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측과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버린 것은 아니며 다만 추가 인질 살해를 막기 위해 탈레반 측과 우리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은 있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탈레반 측과의 전화접촉에 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 대사는 전화접촉을 통해 무고한 인명살해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전날 두번째 인질 희생 이후 청와대가 낸 성명 내용을 탈레반 측에 재확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 요구는 우리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설명하는 한편 그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외에도 추가 살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방안을 총 동원한다는 차원에서 현지 유력인사 등을 통해 탈레반 측과 간접 소통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의 수감자-인질 맞교환 요구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촉구하는 작업도 현지의 백종천 특사 등을 통해 계속한다는 복안이다.

◇국제사회에 지지 요청 = 정부는 이번 사안이 국제적 이슈가 됐다는 판단 아래 국제사회의 여론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라크.아프간 파병국으로서 한국이 대 테러 전쟁의 명분에 십분 공감하고 있지만 인질 2명이 살해된 상황에서 나머지 인질을 살리는 일을 최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는데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다.

아프간과 미국이 수감자-인질 교환 석방에 대해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두고서는 평화적 문제해결이 어렵다는게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그런 인식 아래 아프간 정부가 유연한 대처를 하고 그에 대해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조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1일 초비상 상태인 서울을 떠나 2일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는 것도 이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은 아세안 10개국과 미.중.러.일.유럽연합 등 26개국이 나서는 ARF 외교장관 회의와 미국 등과의 양자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 군사작전 카드 꺼낼까 = 정부의 이 같은 입체적 해결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 해결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자 군사작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NHK는 1일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 특수부대원 200명 가량이 수도 카불에서 사건 현장인 동남부 가즈니 주(州)에 도착했다고 밝히면서 아프간 정부가 특수부대에 의한 인질 구출작전 준비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사건 발생 이후 아프간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군사작전을 거론하는 발언들이 종종 있어 왔다는 점에서 실제 행동에 옮겨질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작전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전날 탈레반 측과의 협상에 있어 아프간 정부와 국제사회의 유연한 태도를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음에도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쪽으로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 하마이온 대변인은 전날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절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요구하는 `인질-수감자 교환'은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납치범들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난 20여년 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런 우리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처럼 아프간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하게 고수하면서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고 이는 결국 인질의 추가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만히 앉아 계속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기 보다는 일부 희생이 따르더라도 군사작전을 펼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재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인질들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협상의 진척없이 추가 희생자가 나오고 5∼6일 예정된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렇다 할 긍정적 메시지가 나오지 못한다면 최후의 선택으로 군사작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도 전날 성명에서 "또 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무력을 통한 인질 구출작전이 가능한 선택으로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조준형 이정진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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