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모임은 31일 새벽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공개한 한국인 피랍자 여성 인질 8명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 사진은 안혜진씨. (서울=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운데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오자 청와대가 "인질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칙과 입장을 잘 알지만 민간인의 생명을 위해 이런 원칙적 입장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호소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하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우리편은 없었던 것이다.
정부 성명은 "지금 납치단체가 수감자 석방과 인질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우리 정부의 한계를 인정했다. 미루어 짐작하면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정부의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는 납치단제가 주장하는 '수감자 석방과 인질 맞교환'과 또 다른 카드인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 모두 탐탁치 않게 여긴다. 전자나 후자나 국제사회의 원칙을 깨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향후 야기되는 반작용은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이번 사건이 선례가 되어 대 테러전의 '명분과 실리'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미국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보자. 국제사회는 한국 기독교의 무리한 욕심이 인질사건을 초래해 자국과 국제사회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국인 23명의 목숨' 과 '국제사회의 원칙'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는 골치아픈 문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국제사회는 원칙을 우선한다. 냉정하지만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밝혔듯이 탈레반은 수감자와 인질의 맞교환을 원한다. 아프간에 가장 큰 영항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지원, 아프간 정부의 동의, 여타 국가들의 묵시적인 동의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향후 국제사회가 수십, 수백배의 짐을 지게 하는 일이다. 그러면 한국이 국제사회에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하는데,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국민적 합의를 얻어 내놓을 것인가.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테러범과는 협상도 양보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여론은 좋지 않으며 그 속내는 싸늘하다. 국내 여론도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싸늘하다. 모두 '인질이 석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이 문제를 풀어낼 공식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만 확인한 셈이다.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너희 나라 국민만 중요하나'라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만큼 우리의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인도주의에 호소하는 것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동안 인질의 구출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심적, 물적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침착한 대응자세가 필요하다는 결론 밖에 없다. 애타는 감정만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너희 나라 국민만 중요하나'라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만큼 우리의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인도주의에 호소하는 것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동안 인질의 구출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심적, 물적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침착한 대응자세가 필요하다는 결론 밖에 없다. 애타는 감정만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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