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형규 목사 주검 기증 가능
당초 총상에 의한 장기 훼손 등으로 기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고인의 뜻대로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될 예정이다.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된 배 목사 시신의 부검에 입회한 샘안양병원 박상은(49) 원장은 1일 경기도 성남 분당타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발성 총상으로 장기는 상당부분 손상됐지만 현지의 건조한 기후 탓에 비교적 시신이 부패하지 않았고 다른 장기는 양호하므로 시신 기증이 가능한 것으로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가 어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부검을 한 이후에는 시신기증이 어렵다는 얘기는 과거의 생각이고 요즘에는 과학적으로 부검해 시신기증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손상된 부위를 제외한 장기를 가지고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 목사의 시신은 남은 피랍자들이 모두 살아 돌아온 뒤 일정한 장례절차를 마친 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부검 결과 머리 앞쪽에서 1군데, 팔과 허벅지 등 몸 뒤쪽에서 6군데 등 모두 7군데의 총상이 발견됐으며, 고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 원장은 "손가락 마디가 일부 절단됐지만 이는 총알이 스치면서 발생한 것이며 양쪽 무릎 뒤 화상은 사망 후 차량 이동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문 흔적은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 박 원장은 `탈레반이 배 목사가 아파서 살해했다'는 외신보도와 관련 "부검결과 생명이 위독한 상태의 질병 흔적은 전혀 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제 부검까지 종료됐으므로 배 목사의 시신에 관해서는 이제 관심을 거두고 남은 21명의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에 모든 관심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je@yna.co.kr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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