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날벼락 맞은듯 오열
1일 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군사작전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지자 한때 분당 샘물교회의 피랍자 가족들은 극도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피랍 인질 제창희(38)씨의 누나 미숙(45)씨는 샘물교회 2층 본당에서 열린 ‘봉사단 무사귀환 기도회’ 참석 도중 가족모임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군사작전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부짖었다.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는 “외교통상부와 연락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확인이 안 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곧 군사작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가족들은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며 “인질 구출 협상의 주도권을 쥔 미국이 나설 수 있도록 촛불집회라도 열어 애타는 가족들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자칫 ‘반미’로 비쳐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좀더 신중하게 행동하자”고 제동을 걸었다. 특히 외신에서 ‘텔레반이 네 명의 인질을 추가로 살해할 것’, ‘일부 여성 피랍 인질들의 몸 상태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자, 일부 가족들은 실신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한지영(34·여)씨의 어머니 김택경(62)씨는 “딸이 저혈압인데다, 여름을 많이 타 아프간 가는 것을 말렸다”면서 건강 악화를 걱정했다. 이처럼 출국 전부터 특별히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랍 인질은 숨진 배형규(42) 목사를 빼면 4~5명 정도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지금 아프지 않은 인질이 어디 있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샘물교회 박은조(55) 담임목사는 이날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봉사단원들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만나면서 국민 여러분, 특히 유가족께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염치없지만 피랍자들의 안전 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현지 아프간 봉사단의 경우 이미 철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숨진 심성민(29)씨의 주검은 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분당 서울대병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후 검시와 부검 등 관련 절차를 마친 뒤 서울대병원에 의료연구용으로 기증된다. 심씨 유족들은 이날 분당 서울대병원 312호실에 빈소를 차렸다. 4일 오전에 영결식을 치른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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