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대신 내가 그곳에 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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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민 여러분! 우리 아이들을 꼭 살려 주세요!’ ‘탈레반 분들, 당신들도 가족이 있지요? 우리 아이들을 가족 품으로 보내주세요.’
피랍자 가족들은 준비해 온 펼침막 4개를 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을 꼭 살려 주세요’라고 적힌 하얀 리본을 단 가족들은 말 없이 눈물을 닦았다.
1일 오후 1시50분께.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을 찾아 미국 정부의 아프간 피랍자 무사귀환 노력을 호소한 가족 25명이 면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랍자 차혜진(31)씨의 동생 성민(30)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불과 몇 시간 뒤면 협상 시한입니다. 가족들은 ‘설마’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모든 방법을 찾다 찾다 미국대사관까지 오게 됐습니다.”
탈레반이 밝힌 협상 시한은 이날 오후 4시30분.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여름휴가를 떠났다. 윌리엄 스탠튼 부대사가 가족들을 맞았다고 한다. 차씨는 “미국대사관 쪽에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앞서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서 미국대사관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직접 아프간으로 가서 석방을 호소하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우리 가족들을 살려주십시오.” 제창희(38)씨의 어머니 이채복(61)씨가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자녀들이 꼭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태를 하루속히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바랍니다.” 펼침막을 들고 있던 가족들의 손이 떨렸다.
미국대사관 주변에선 이날 오전부터 미국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탈레반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 10여명은 “배후에서 아프간 정부를 조종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 협상에 나서라”고 말했다. ‘2007 세계평화상’ 수상자인 이상훈(58) 남북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본부 상임대표도 평화시 낭송회를 열어 “한국을 동맹국이라고 생각한다면 동맹국 국민을 구출하는 데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대사관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 5개 중대가 배치됐다.
인질범들에게 ‘탈레반 분’이라는 존칭까지 써야 했던 가족들의 마음이 온전히 미국 정부와 탈레반에 전달될 수 있을까.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스탠튼 부대사의 말만 부여잡고 가족들은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김남일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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