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인질사건
전문가들 “최후의 선택 돼야”
한국인 피랍자들이 탈레반군에 살해되면서 국내외 일부에서 인질 구출 작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무력 사용 배제’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1일 현지에서는 군사작전 보도가 잇따르는 등 아프간 군경과 나토군의 발걸음이 겉으로는 빨라지는 모양새다.
아프간 현지 분위기=아프간 정부와 나토군은 인질 석방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군사 작전’이 필요하다며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미군과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클라우디아 포스 대변인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인질 구출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 아프간 정부가 200여 특수부대원을 사건 현장인 가즈니주에 파견했다고 일본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1일 보도했다.
아프간군이 1일 가즈니주 현지에 군사작전을 예고하는 전단을 뿌렸다거나 군사작전을 개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긴박한 현지 분위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또 아프간군과 미군은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를 검거하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탈레반 중앙의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하는 아마디의 체포는 납치세력에 던지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구출작전의 조건=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통상적으로 인질 구출 작전 때 △협상이 실패해 인질의 대다수가 살해될 수 있다는 상황 판단 △작전 수행으로 최단시간에 인질의 대다수를 구해낼 수 있다는 확신 등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조건이 금지선(레드라인)에 해당한다. 탈레반이 남성 인질을 추가로 살해한 뒤 모든 인질들의 생명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후가 있거나, 이슬람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여성 인질을 살해하면 정부로선 탈레반이 금지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탈레반 감시요원들이 작전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신속하게 작전이 수행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 표 교수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선 “인질들의 위치뿐만 아니라 인질범의 수, 무장 정도, 동굴이나 집의 내부 구조 등을 손바닥 보듯 샅샅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군은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와 감청 등을 통해 피랍지 인근 지역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간군과 나토군이 은밀하고도 동시다발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갖고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탈레반은 가즈니주 산악지대의 동굴과 민가에 인질들을 분산시켰고 밤중에 수시로 인질을 옮기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인질 구출 작전이 ‘최악의 상황’에서 실행하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군과 말도 통하지 않고 지형지물에도 익숙하지 않은 한국군 특수부대를 파견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전문가들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인질 구출 작전이 ‘최악의 상황’에서 실행하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군과 말도 통하지 않고 지형지물에도 익숙하지 않은 한국군 특수부대를 파견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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