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분석…탈레반, 알카에다 닮아가기 때문
아프간 부족 지도자들이 한국인 피랍자 석방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애초 기대는 상당히 빗나갔다. 그 이유는 탈레반이 부족적 뿌리를 떠나 알카에다를 닮아가면서 부족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일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 18개월 동안 납치와 자살폭탄 테러 등 알카에다로부터 받아들인 훨씬 공격적인 전술을 취해왔고, 이런 변화는 탈레반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탈레반은 과거 부족과 종교적 근본주의의 혼합이 특성이었다. 그렇지만 무슬림의 많은 종파들이 갈수록 반미와 테러리즘에 기대면서 전통적인 부족의 가치가 거의 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중재자로 기대를 받아온 아프간 남동부의 파슈툰족 원로들마저 소외되고 있다. 중립적 위치에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서 조율을 하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칸다하르주의 부족 원로 자마루딘 알리자이는 “밤에는 탈레반이 와서 음식을 내놓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하고, 아침에는 정부군이 와서 ‘왜 음식을 줬냐’고 따진다”고 하소연했다. 아프간 동부 부족 원로 하지 스판다굴은 세계적 성전(지하드)을 수행하겠다며 체첸과 파키스탄인들이 아프간으로 들어온다며, 서구식 정부가 들어선 뒤 부족 원로들이 보유하던 민병대도 해산돼 막을 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에서도 부족 원로들이 시한을 몇번 연장시키기만 했을 뿐 진척은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협상단에 참여한 탈레반 출신 국회의원 압둘 살람 라케티는 “탈레반이 지역 원로와 가즈니주 주요 인사들의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아 놀랐다”며 “아프간에서 여전히 무척 존경받고 있는 원로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탈레반의 미래에도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과거 몇세대 동안 외딴 오지를 다스리던 부족들의 문화는 현대적 중앙집권 구조를 추구하는 정부와 자신들의 국제적 목표를 찾으려는 반군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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