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 등에서 비롯
아프간 피랍사태가 보름을 넘어서면서 그동안 "정부의 협상력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가족들의 태도가 차츰 달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랍자 가족들은 3일 "국제사회에 인질 석방을 호소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을 방문하려 하지만 치안상의 이유로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파키스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는 이날 "정부에서 가족들의 아프간 방문에 대해 난색을 표함에 따라 2일 외교부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파키스탄에 가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외교부를 방문, 이같은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앞서 가족들은 故 심성민씨의 살해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일 "아프간에 직접 가서 아프간 등 이슬람권 국가와 외신 등 국제사회에 인질 석방을 호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외교부에 비자 신청 등 도움을 요청했었다.
줄곧 "정부의 협상을 믿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던 가족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26일 배 목사의 살해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가족들은 "최선의 대책은 정부를 믿고 따라가는 것"이라며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심성민씨의 죽음 이후 급격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미국, 파키스탄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심씨의 살해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의 해외 방문에 대해 차 대표는 "그동안 정부를 믿고 기다렸는데 우려했던 일(피랍자 살해)이 두번이나 벌어졌고 협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실망했다"며 "아무 대책없이 기다리느니 가족들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심성민씨의 아버지 진표(62)씨는 심씨의 시신이 안치되던 2일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을 부여잡고 "믿었던 조국이 너에게 준 선물이 죽음이더냐...대한민국이 이토록 무력할 줄은 몰랐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해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정부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가족들이 정부의 무기력함을 공개석상에서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가족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1일 가족들이 아프간 방문을 요청하자 외교부는 다음날 오전 김호영 외교부 2차관을 직접 분당타운으로 보내 가족들에게 '아프간행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 이날 20여분간의 짧은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 차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위로하러 온 것"이라며 황급히 가족 모임 사무실을 빠져나가 가족들의 아프간행에 대한 정부의 곤란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분당타운을 찾은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분당)은 "아침에 국회 외교통상위와 외교부간 연석회의를 했다"며 "치안이나 여론 문제로 능동적으로 (가족들의) 현지 방문을 주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도 곤혹스러운 모양"이라고 전했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 (성남=연합뉴스)
심지어 지난달 26일 배 목사의 살해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가족들은 "최선의 대책은 정부를 믿고 따라가는 것"이라며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심성민씨의 죽음 이후 급격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미국, 파키스탄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심씨의 살해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의 해외 방문에 대해 차 대표는 "그동안 정부를 믿고 기다렸는데 우려했던 일(피랍자 살해)이 두번이나 벌어졌고 협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실망했다"며 "아무 대책없이 기다리느니 가족들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심성민씨의 아버지 진표(62)씨는 심씨의 시신이 안치되던 2일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을 부여잡고 "믿었던 조국이 너에게 준 선물이 죽음이더냐...대한민국이 이토록 무력할 줄은 몰랐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해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정부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가족들이 정부의 무기력함을 공개석상에서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가족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1일 가족들이 아프간 방문을 요청하자 외교부는 다음날 오전 김호영 외교부 2차관을 직접 분당타운으로 보내 가족들에게 '아프간행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 이날 20여분간의 짧은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 차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위로하러 온 것"이라며 황급히 가족 모임 사무실을 빠져나가 가족들의 아프간행에 대한 정부의 곤란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분당타운을 찾은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분당)은 "아침에 국회 외교통상위와 외교부간 연석회의를 했다"며 "치안이나 여론 문제로 능동적으로 (가족들의) 현지 방문을 주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도 곤혹스러운 모양"이라고 전했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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