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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2명 죽고 21명 잡혀있는데도 국제사회 별관심 없어”

등록 2007-08-03 20:29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현지 언론인 “이탈리아 기자 피랍 땐 난리였는데” 의아
맞교환 · 돈 어렵다면 아프간 민심이 ‘남은 열쇠’ 지적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렇게 낮을 줄 몰랐다.”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뒤 현지 언론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런 무관심이 잘 드러난 사례가 이번 주 초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최초로 입수한 한국인 인질들의 동영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었다. 카불에서 활동하는 한 통신사 기자는 “올해 초 이탈리아 기자의 피랍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의 비디오를 20여개 유력 언론사들이 앞다퉈 샀다”며 “그런데 한국인 인질의 경우 관심을 보이는 매체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기자 납치 때는 각종 언론 단체 뿐 아니라 주요 민간단체와 각국 정부 등의 견해 표명이 잇따른 반면, 이번의 경우 국제 민간단체와 외국 정부의 호소문 발표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이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질 사건을 취재해본 기자들은 사태의 긍정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동정 여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만이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움직일수 있다는 것이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추모 행사가 2일 오후(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LA한인회관에서 열려 남가주불교사원연합회 진각스님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추모 행사가 2일 오후(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LA한인회관에서 열려 남가주불교사원연합회 진각스님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당시 이탈리아 기자 한 명이 잡혔는데도 온 유럽이 난리였다. 그런데 2명이 죽고 21명이 잡혀있는데도 국제사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건 한국인 뿐 아니라 아프간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아프가니스탄 외신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라히물라 사만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프간 국내외에서 너무 관심이 적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에 납치된 한국인들이 기자가 아닌 종교단체 소속 사람들이라는 점이 동정여론을 사는 데 불리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 ‘비서구’ 국가라는 점도 이 못지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 뛰고 있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워 보인다”며 “국제사회가 한국인 인질사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아프간 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한국의 위상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프간 언론들은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분주하게 모색하는 분위기이다. 인질 맞교환이라는 정치적 협상도, 돈을 통한 협상도, 군사작전도 어렵다면 제4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여론을 통해 아프간의 민심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리의 종교와 전통에 따라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다. 따라서 만약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살해한다면 그것은 코란의 가르침을 어기는 죄다. 또한 아프간 역사상 영국과 전쟁 당시 포로가 된 영국 여성들을 손님으로 잘 대우했고 그들을 안전하게 영국에 넘겨준 것을 우리 아프간 사람들은 영예로운 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탈레반이 이 점을 무시할 수 없도록 강조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 아프간 현지 언론 <파지와크 아프간뉴스>의 편집장 데니쉬 카로켈의 지적이다.

한 타이 시민 운동가가 3일 방콕 미국대사관 정문 앞에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뜻을 담은 꽃을 놓고 있다. 방콕/AP 연합
한 타이 시민 운동가가 3일 방콕 미국대사관 정문 앞에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뜻을 담은 꽃을 놓고 있다. 방콕/AP 연합

오늘은 금요일이다. 모스크에서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스크의 물라들은 설교에서 “여성인질 살해는 코란의 가르침을 위반하는 죄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탈레반이 벌이는 새로운 전쟁에서 아프간 민중은 탈레반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민심을 무시하고는 그들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인 인질석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함께 아프간 사람들의 기도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불/강경란 분쟁 취재 전문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 강경란 피디는 1990년대말 탈레반 치하부터 아프가니스탄을 깊이 있게 취재해 왔다. 강 피디가 지난 5~7월 탈레반이 지배하는 남부 칸다하르에 머물며 아프간의 깊숙한 진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2007 아프간 지독한 전쟁’이 7월 29일 <한국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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