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제휴…동영상 조회수 급증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영어방송을 개국했지만 주요 케이블사업자들로부터 외면당했던 아랍 최대의 위성 뉴스채널인 알 자지라 방송이 인터넷을 통한 시청자 공략을 통해 장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지난 4월 최대검색엔진 구글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와 인터넷상에서 제휴한 뒤 영어방송 채널(알자지라 인터내셔널)의 조회 수가 2백만건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달 하루는 이 방송이 내보낸 뉴스의 조회수가 패리스 힐튼 사건을 비롯한 주요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보다 불과 몇달 전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이 미국 내 거의 모든 케이블사업자에 외면당한 채 오하이오주(州)와 버몬트주(州)의 군소 케이블과 미 국무부 내부 채널 등에서만 방송됐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갈렸다. 반대운동을 전개해온 언론감시 시민단체 '어큐러시 인 미디어'(AIM)의 클리프 킨케이드 대표는 "알 자지라 방송은 미국의 적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그들의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중 '도쿄 로즈'(Tokyo Rose, 반미 선전기관)의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오하이오 주에서 15만 가구에 알 자지라 방송을 중개하고 있는 앨런 블록 벅아이 케이블시스템 회장은 알 자지라가 참수장면을 내보내는 테러리스트 채널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알 자지라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채널이 국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균형 잡히고 전문적인 채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고 옹호했다.
전세계적으로 9천만 가구에 달하는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은 ABC, BBC, CNN 출신의 유명 언론인을 고용, 영어 방송의 앵커를 맡겼다. 그 중 한 명이 전 ABC 특파원 출신 데이비드 마라시. 그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리들은 여전히 우리와의 인터뷰를 거부하지만 싱크탱크나 유명 네오콘 관련자들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CNN보다 사안을 훨씬 자세히 다룬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미군 본부 대변인을 지냈던 조쉬 러싱 전 미 해군 대장도 현재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의 미 국무부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CNN이 미사일 발사를 보도한다면 알 자지라는 그것이 투하된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도한다"면서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은 CNN과 다르면서도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관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알 자지라 인터내셔널의 목표는 1980년대 MTV가 '나는 MTV를 원한다'(I want my MTV)라는 홍보 캠페인을 통해 케이블 방송을 공략했던 것처럼 미국 케이블 사업자들이 시청자들의 요청에 못 이겨 결국 자신들의 방송을 서비스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테러리스트 채널이라는 논란보다 더욱 큰 장벽인 대중의 무관심을 넘어선 뒤라야 가능할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정묘정 기자 my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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