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사태와 탈레반 세력 재부상 등으로 국내외의 압력에 직면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관리들은 그에게 강경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틀간 열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인 인질사태, 탈레반 세력 재부상, 아프간 내 아편재배 확산 등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관측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회담이 카르자이 정부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거듭 강조하는 사적인 '전략회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100억달러의 원조와 2만여명의 미군을 아프간에 제공하고 있는 미국측은 아프간인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강경 조치들을 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온화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전사들에게 아프간 정부와의 화해를 거듭 촉구하는 등 언제나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해 왔으며, 한국인 인질 사태도 부족 원로들의 중재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또 아프간 주민들도 대부분 오랜 분쟁에 질린 데다 외국군대의 탈레반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살상으로 무장세력과의 협상을 통한 평화유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은 이 같은 접근은 거부했으며, 특히 인질사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포스트지는 지적했다.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는 압박을 탈레반에 가해야 함을 미국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는 것.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의 나데르 나데리 위원장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하면 똑같은 테러행위가 반복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분간하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탈레반은 인질사태를 지연시키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등 심리전에서 벌써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나데리 위원장은 탈레반이 미군 등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를 전복할만큼 강하지는 못하지만 심리적으로 그들의 존재감이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사사건건 어쩌면 이기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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