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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 피랍’ 장기화 조짐…긍정 신호인가

등록 2007-08-05 15:15수정 2007-08-05 18:33

협상 장기화때 석방 많아…인질 건강악화는 ‘부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5일로 18일째를 맞아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 대면접촉을 위한 사전 교섭이 본격화하면서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간) 23명의 한국인이 납치된 이후 25일 배형규 목사, 31일 심성민 씨가 잇따라 살해되면서 군사작전이 거론되는 등 일촉즉발로 치닫던 분위기는 이후 한국 정부가 직접접촉에 나서기로 함으로써 상당히 누그러진 느낌이다.

탈레반 측은 지난 1일 오후 4시30분으로 설정한 최종 시한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협상' 의지를 밝히며 새로운 `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채 수 일 째 한국 정부와 석방조건과 대면접촉 장소 등에 대해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탈레반 측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은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사안임을 적극 설명하는 한편 추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접촉이 성사되면 석방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제 대면접촉을 위한 사전 교섭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사태 해결 시점 등을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탈레반 측이 인질 석방조건으로 아프간 정부가 불가 입장을 천명한 `수감자와의 맞교환'을 고집하는 한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탈레반 측은 한국정부와의 협상 채널이 유지되는 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또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있어 당분간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태 장기화가 무조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장기화됐을 때 석방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된 경우가 많았다.


2003년 말 이래 아프간에서 발생한 외국인 납치사건 10건 중 인질이 살해된 경우는 2005년 11월과 지난해 4월 등 두 차례의 인도인 납치사건으로, 각각 3일과 하루만에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그러나 나머지 8건은 최소 15일에서 최장 113일의 긴 협상 끝에 피랍자들이 무사히 풀려났다.

탈레반은 협상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시간을 끌기보다 즉각 인질을 살해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지만 일단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들어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전례가 적용될 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단 협상을 통해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장기화로 접어들면 탈레반 측이 그동안 고수했던 조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주목받으면서 정치선전과 세력과시라는 정치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탈레반이 이제는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던져 실리를 택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또 장기화로 국내외 매스컴의 관심이 줄어들면 우리 정부나 탈레반, 아프간 정부 모두에게 `조용히' 석방협상을 타결하는데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납치된 이들이 추가로 희생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된다는 것은 어떻든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석방촉구 여론을 등에 업고 이슬람권 각 나라와 아프간 현지에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인질들의 건강 문제가 고민거리다. 탈레반 측은 여성인질 2명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정부도 인질 중 일부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측이 피랍자 가족들이 전달한 의약품과 생필품을 수령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만일 탈레반측이 의약품 등의 수령을 계속 거부한다면 인질들의 건강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행여 건강악화에 따른 사망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가만히 앉아서 차례로 죽는 걸 기다리느니 군사작전을 통해 몇 명이라도 구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건강이 위중한 이들을 우선 석방시키는 데 주력하는 한편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은 서두르지 않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이뤄낸다는 전략으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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