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통해 교황청 개입 요구…국제사회 관심 확대 의도
탈레반의 거듭된 살해 위협에 이은 2명의 인질 살해, 한국 정부와의 대면협상 추진 등으로 숨가쁘게 돌아가던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가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대면협상 추진에 합의한 가운데 탈레반은 지난 3일 유엔의 안전보장을 대면협상의 요구 조건으로 제시한 이후 이렇다할 움직임 없이 주말과 휴일 이틀을 흘려보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은 대면협상에 앞서 상대방의 요구조건과 접촉장소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소식에 정통한 아프간 현지 소식통은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양측이 대면협상 조건을 놓고 각자 안을 제시한 뒤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탈레반과의 대면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접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대면협상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신변안전 문제와 직결된 협상 장소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탈레반은 자신들이 대면협상시 안전보장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한 유엔과 교황청 등의 반응도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연합뉴스 및 국내외 언론을 통해 유엔이 안전보장을 약속할 경우 장소를 불문하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5일에는 탈레반 대변인 주선으로 AFP통신과 통화한 여성 인질이 유엔 뿐 아니라 교황청 등 국제사회가 인질 구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제의 교황청 개입 요구 발언이 인질의 자발적 의사로 나온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인질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최대한 확대해 보려는 탈레반의 노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유엔이나 교황청이 실제 신변 보장까지 해준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유엔이나 교황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게 된다면 정치적 실체를 지닌 조직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탈레반으로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인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 결과 역시 탈레반으로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물론 한국인 인질 문제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니지만 최우선 현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회담이 아프간 정부 및 탈레반의 대응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문제의 교황청 개입 요구 발언이 인질의 자발적 의사로 나온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인질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최대한 확대해 보려는 탈레반의 노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유엔이나 교황청이 실제 신변 보장까지 해준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유엔이나 교황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게 된다면 정치적 실체를 지닌 조직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탈레반으로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인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 결과 역시 탈레반으로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물론 한국인 인질 문제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니지만 최우선 현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회담이 아프간 정부 및 탈레반의 대응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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