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협상 진전없어…의약품 전달돼
정부, 인질1명과 4일 전화통화
정부, 인질1명과 4일 전화통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18일째인 5일 협상 장소를 둘러싼 이견으로 대면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탈레반이 피랍자들에 대한 살해 위협을 다시 재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질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직접 접촉을 넓히고 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이슬람통신>(AIP)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 문제에 관한 미국의 동의를 받아내고, 탈레반 협상단에 대한 유엔의 안전보장을 얻어내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의 노력은 납치 사건을 풀기에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들(한국 정부)은 유엔의 안전보장도 받아내지 못했고, 심지어 유엔에 공식 요청도 하지 못했다”며 “더 기다릴 수 없는 만큼 언제든 인질들을 살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탈레반은 한국 정부가 직접 협상 방침을 적극적으로 밝힌 지난 2일 이후로는 추가로 시한을 설정하지 않고 인질 살해 위협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아프간 대사관이 지난 4일 한 여성 피랍자와의 전화통화에 성공해, 직접접촉은 일부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와 납치단체 사이 전화접촉 과정에서 4일 오후 피랍자 중 1명과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통화는 짧게 이뤄졌으며, 내용은 피랍자의 안전을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외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아프간 가즈니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 등 아프간 관리들은 “중립적인 (협상) 장소”를 찾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협상을 위한 접촉 자체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5~6일(현지시각) 열리는 미국과 아프간의 정상회담에서는 강경대응 원칙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회담에서 △한국인 인질 사태 △탈레반 세력 재부상 △아프간 아편재배 확산 문제 등이 중점 논의될 것이라며, 미국 쪽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강경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대규모 공습을 하는 등 탈레반에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질들은 1명씩, 적어도 500m 떨어진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거기서 샤워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질들의 건강에 대해 “여성 2명이 중증 위장병으로 심각한 상태”라며 “다른 사람들의 병세는 가볍다. 여성들은 계속 울고 있다”고 밝혔다. 피랍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의약품은 탈레반쪽으로 전달됐다. 아프간 민간의료진은 5일 “탈레반이 요구한대로 가즈니주 카라바그 사막지역에 항생제, 진통제, 비타민제, 심장약 등 1200달러 어치의 의약품을 두고 왔다”고 말했다. 박중언 이태희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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