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가운데 서명화·경석 남매의 부모인 서정배씨와 이현자씨가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도중 어머니 이씨가 흐느끼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이슬람사원 방문 호소…‘여성 인질 육성 인터뷰’ 확인 거절
인질 사태 18일째이자 일요일인 5일 피랍자 가족들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의 ‘역할’을 호소하며 주한 미 대사관을 방문했던 가족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질 석방의 돌파구가 마련돼야만 한다”며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두 정상이 모두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이 없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가족들은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부 협상단이 며칠째 무장세력과 협상은 물론 변변한 접촉이나 만남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한 피랍자의 이모부라고 밝힌 가족은 “이번 회담의 결과에 21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며 “인질은 인권 문제인 만큼 국제사회가 평화적으로 해결해 주길 가족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밤 “인질 건강이 좋지 못하며 저들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고 울먹이는 한국인 여성 인질의 인터뷰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으나, 가족들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는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애초 방침 대로 이번은 물론 앞으로도 육성 확인 등 일체의 공식반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권에 대한 호소도 잊지 않았다. 피랍자 가족 16명은 4일 오전 11시께 서울 한남동 한국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을 방문해 도움을 호소했다. 인질 서명화·경석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아랍어 등으로 된 인질 석방 호소문을 이행래(70) 원로 이맘(예배집전자)에게 전달하며 도움을 청했다.
스리랑카를 비롯한 20여개국의 주한 대사들과 종교 지도자들도 같은 날 오후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집트, 인도 등 20여개국의 대사와 참사관, 힌두교·불교·이슬람교 지도자 등 30여명도 이날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인질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한편 지난 달 31일 피살된 고 심성민(29)씨의 영결식이 4일 오전에 치러졌으며, 주검은 서울대병원에 기증됐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