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AFP…“가족 보고싶다” 울먹여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여성 인질의 언론 접촉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이틀동안 여성인질 2명과 잇따라 전화통화에 성공했다고 5일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4일 한 여성인질과 전화 상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와 5일 통화한 여성인질은 아프간 언어인 다리어로 자신의 이름을 ‘현주’라고 밝히며 “현재 인질이 모두 아프다” “가족이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름과 다리어 사용능력에 비추어 현지에서 합류해 가이드 역할을 했던 간호사 임현주(32)씨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 정부와 교황, 교회가 우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4일 통화한 여성인질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영어로 “2명은 매우 아프다”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아에프페>통신과 통화한 여성은 다리어로 “납치범들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살려달라. 우리는 잘못한 것 없다”며 울먹였다. 납치된 다른 3명과 함께 있다고 밝힌 이 여성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죽고 싶지 않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했다. 그는 “전쟁은 절대 안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린 정말 위험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그가 밝힌 이름이 ‘싱 조-힌(Sing Jo-hin)’이라고 보도했으나 납치 피해자 명단 어디에서도 이와 같거나 비슷한 이름을 찾을 수 없어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외 언론사를 막론하고 인질들과의 전화통화 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 비추어, 인질들의 전화통화가 탈레반의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며칠째 교착상태를 보이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심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육성공개에 일일이 대응하며 탈레반에 끌려가면 피랍자들의 안전이 외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가족들은 누구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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