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 19일째인 6일 인질 석방의 대가로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과 이를 거부하는 아프간·미국 정부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양쪽의 대치 속에 피랍자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미·아프간 “납치 부추기는 일 빼곤 다 할것”
‘양보 불가’ 일관 부시-카르자이 회담서 ‘포로 맞교환’ 거부 확인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6일 탈레반을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는 냉혈한 살인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이런 극단주의자들에게 강력하게 맞설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틀간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양국의 공동대응책에 관해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테러와의 전쟁, 아프간 재건, 아편 문제 등 현안을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폭력을 추구하는 자들과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무고한 시민들을 위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무고한 시민들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고 해, 최근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탈레반 탓으로 돌렸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이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무고한 어린이와 성직자, 구호인력을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오는 9일 카불에서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합동 ‘지르가’(부족원로회의)에 참석하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극단주의자들인 탈레반에 대한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탈레반을 강력히 비난하고 강경 대응할 것임을 밝히면서도 인질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인질사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시엔엔>과 회견에서 “우리는 인질납치와 테러를 부추기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석방을 위해 그밖의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 관계자도 “미국이 수감자 맞교환에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며 인질-수감자 맞교환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과 대면하게 될 탈레반은 (협상에서) “돈이나 몸값 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탈레반, 의약품 수용 “한편 언제라도 살해”
강·온 ‘양면 압박’ 미-아프간 정상회담 겨냥 비난 잠재우며 협상 촉구 탈레반은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한국 쪽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5일 밤 <아에프페>(AFP) 전화통화 등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 인질들은 언제라도 살해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시계의 초침이 ‘똑딱똑딱’ 지날수록 인질의 목숨도 초단위로 짧아지고 있다”며 “인질 1~2명은 더 죽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시한이 지났지만 협상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강경자세로 돌아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연한 모습도 보였다.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 대사가 이날 휴대전화로 한국인 피랍자들과 처음 통화를 했다. <아사히신문>은 통화 시간이 약 30분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의 한 사령관은 “여성인질 3명과 한국 대사가 이례적으로 한국말로 통화하게 해준 것은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의약품이 전달되지 않아 속태웠지만, 이날 탈레반이 지정한 장소에 아프간 의료진이 항생제와 심장약 등을 두고 오는 방식으로 의약품도 전달됐다. 아마디 대변인은 장소 문제로 난항이 겪고 있는 한국 정부와의 대면 협상에 대해 “우리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아프간 정부의 영역 안에서 협상을 하려면 유엔의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우리의 영역에서 하려면 의회에 진출한 탈레반 출신 의원을 통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국가면 어디서나 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유엔의 안전 보장을 거듭 요구했다. 탈레반의 이런 강온 전략은 5~6일(현지시각) 열리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자신들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건강 상태가 나쁜 여성 인질 등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전달한 것은 ‘여성 보호’라는 이슬람 윤리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의 이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양보 불가’ 일관 부시-카르자이 회담서 ‘포로 맞교환’ 거부 확인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6일 탈레반을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는 냉혈한 살인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이런 극단주의자들에게 강력하게 맞설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틀간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양국의 공동대응책에 관해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테러와의 전쟁, 아프간 재건, 아편 문제 등 현안을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폭력을 추구하는 자들과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은 무고한 시민들을 위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무고한 시민들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고 해, 최근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탈레반 탓으로 돌렸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이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무고한 어린이와 성직자, 구호인력을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오는 9일 카불에서 열리는 아프간-파키스탄 합동 ‘지르가’(부족원로회의)에 참석하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극단주의자들인 탈레반에 대한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탈레반을 강력히 비난하고 강경 대응할 것임을 밝히면서도 인질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인질사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시엔엔>과 회견에서 “우리는 인질납치와 테러를 부추기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석방을 위해 그밖의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 관계자도 “미국이 수감자 맞교환에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며 인질-수감자 맞교환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과 대면하게 될 탈레반은 (협상에서) “돈이나 몸값 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탈레반, 의약품 수용 “한편 언제라도 살해”
강·온 ‘양면 압박’ 미-아프간 정상회담 겨냥 비난 잠재우며 협상 촉구 탈레반은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며 한국 쪽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5일 밤 <아에프페>(AFP) 전화통화 등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 인질들은 언제라도 살해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시계의 초침이 ‘똑딱똑딱’ 지날수록 인질의 목숨도 초단위로 짧아지고 있다”며 “인질 1~2명은 더 죽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시한이 지났지만 협상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강경자세로 돌아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연한 모습도 보였다.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 대사가 이날 휴대전화로 한국인 피랍자들과 처음 통화를 했다. <아사히신문>은 통화 시간이 약 30분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의 한 사령관은 “여성인질 3명과 한국 대사가 이례적으로 한국말로 통화하게 해준 것은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의약품이 전달되지 않아 속태웠지만, 이날 탈레반이 지정한 장소에 아프간 의료진이 항생제와 심장약 등을 두고 오는 방식으로 의약품도 전달됐다. 아마디 대변인은 장소 문제로 난항이 겪고 있는 한국 정부와의 대면 협상에 대해 “우리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아프간 정부의 영역 안에서 협상을 하려면 유엔의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우리의 영역에서 하려면 의회에 진출한 탈레반 출신 의원을 통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국가면 어디서나 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유엔의 안전 보장을 거듭 요구했다. 탈레반의 이런 강온 전략은 5~6일(현지시각) 열리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자신들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건강 상태가 나쁜 여성 인질 등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전달한 것은 ‘여성 보호’라는 이슬람 윤리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의 이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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