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 커…올해만 300명 숨져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살상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영국군 지휘관이 미군한테 작전지역에서 떠나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탈레반 소탕전이 가장 치열한 남부 헬만드주에 주둔하는 영국군의 한 고위지휘관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미군 특수부대에게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모두가 민간인 희생을 걱정하고 있다”고 요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군의 다른 지휘관들도 헬만드주에서 미군의 작전 방식을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봄부터 영국군 6천명을 투입해 헬만드주에서 탈레반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미군의 오폭이 이어지면서 민심이 떠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 미군 특수부대는 작전 중 민간인 밀집지역에 공중 폭격을 자주 요청해 민간인 피해가 커진다는 게 영국군의 하소연이다. 미군은 이라크에서도 공중전력 의존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미군은 영국군으로부터 헬만드주에서 병력을 빼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대변인은 “미군 특수부대는 전투작전뿐만 아니라 아프간 정부군 자문과 훈련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헬만드주에서는 올해 300명 가까운 민간인이 작전 과정에서 숨졌다. 대부분 외국군과 아프간 정부군에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월 미군 오폭으로 가족 6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는 한 주민은 공습 이후 마을 남성 대부분이 탈레반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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