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 ‘교민철수’ 지시 내려
의료진들 진료공백 우려…세계진출 ‘딜레마’ 아프가니스탄에는 약 150여명의 교포가 거주한다. 이들은 비정부기구 직원, 건설업, 식당 경영, 축구감독, 현지 방송국 직원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거주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4~5년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최근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이 보낸 ‘교민철수공고’라는 제목이 붙은 전자우편을 받았다. 외교공관 및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직원, 본국의 허가를 받은 기업체 직원을 제외한 모든 교민은 10일, 가족이 있는 이들도 30일까지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영업 종사자 등은 본국의 별도 허가를 받아 체류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프간 교민들은 전쟁 뒤 폐허같던 이곳에 들어와 집을 장만하고, 이웃을 사귀었다.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누가 대문만 두드려도 불안했다. 교민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고 참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야 하니…” 아프간 한인회 회장 정태오(65)씨는 말끝을 흐렸다. 한국인 피랍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새로운 여권법도 발표했다. 교민들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갑자기 철수하라니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영업하는 이들이야 남아있을 길이 열려있지만 비정부기구들은 모두 나가야 한다. 칸다하르에서 병원을 열고 있는 사람들, 바미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 예외 없이 철수해야 한다. 한국인 의료진들이 철수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진료 공백으로 현지인들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 특히 학교 다니는 자녀를 가진 부모의 걱정도 적지 않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인생의 중대한 고비에 있는 아이에게 내년까지 머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9살 난 이삭은 3년 동안 부모와 산 이곳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싫다.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삭의 소박한 꿈은 정착을 꿈꾸며 이곳에 왔던 많은 교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여행, 봉사, 취업 등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국외로 나가는 그들은 한국의 세계 진출이기도 하다. 중동·서남아시아·남미 등에서 횡행하는 테러로 안전지대가 줄어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인들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위험은 상존한다. 위험이 크다는 곳은 바로 한국인이 나가 개척해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때마다 여행금지국을 추가해야 할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인 납치사건과 여행금지국 규정 신설은 국외로 진출하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전문 취재 프리랜서 피디 (FNS 대표)
의료진들 진료공백 우려…세계진출 ‘딜레마’ 아프가니스탄에는 약 150여명의 교포가 거주한다. 이들은 비정부기구 직원, 건설업, 식당 경영, 축구감독, 현지 방송국 직원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거주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4~5년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최근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이 보낸 ‘교민철수공고’라는 제목이 붙은 전자우편을 받았다. 외교공관 및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직원, 본국의 허가를 받은 기업체 직원을 제외한 모든 교민은 10일, 가족이 있는 이들도 30일까지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영업 종사자 등은 본국의 별도 허가를 받아 체류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프간 교민들은 전쟁 뒤 폐허같던 이곳에 들어와 집을 장만하고, 이웃을 사귀었다.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누가 대문만 두드려도 불안했다. 교민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고 참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야 하니…” 아프간 한인회 회장 정태오(65)씨는 말끝을 흐렸다. 한국인 피랍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새로운 여권법도 발표했다. 교민들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갑자기 철수하라니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영업하는 이들이야 남아있을 길이 열려있지만 비정부기구들은 모두 나가야 한다. 칸다하르에서 병원을 열고 있는 사람들, 바미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 예외 없이 철수해야 한다. 한국인 의료진들이 철수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진료 공백으로 현지인들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 특히 학교 다니는 자녀를 가진 부모의 걱정도 적지 않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인생의 중대한 고비에 있는 아이에게 내년까지 머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9살 난 이삭은 3년 동안 부모와 산 이곳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싫다. 이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삭의 소박한 꿈은 정착을 꿈꾸며 이곳에 왔던 많은 교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여행, 봉사, 취업 등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국외로 나가는 그들은 한국의 세계 진출이기도 하다. 중동·서남아시아·남미 등에서 횡행하는 테러로 안전지대가 줄어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인들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위험은 상존한다. 위험이 크다는 곳은 바로 한국인이 나가 개척해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때마다 여행금지국을 추가해야 할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인 납치사건과 여행금지국 규정 신설은 국외로 진출하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이기도 하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전문 취재 프리랜서 피디 (FN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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