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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위신 무너진 탈레반도 다급…‘제3의 길’ 고심

등록 2007-08-10 07:48수정 2007-08-10 07:55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부족 원로 600여명이 참가해 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개막한 ‘평화 지르가’ 행사장에서 한 남자 어린이가 연설을 듣고 있다. 카불/AP 연합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부족 원로 600여명이 참가해 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개막한 ‘평화 지르가’ 행사장에서 한 남자 어린이가 연설을 듣고 있다. 카불/AP 연합
[현지 언론인 리포트]
‘여성납치’비난 자초…석방자 명단 바꾸기도 불가능
‘부시-카르자이 이면합의’ 가능성에 한가닥 기대도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상대로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인 인질에 대한 탈레반의 방침 변화는 없다. 우리는 인질 석방 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아마디의 발언은 탈레반의 절박한 처지를 반증하는 것으로 들린다. 인질 석방에 대한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첫 대면협상을 앞둔 9일 오후 현재 여러 경로로 취재한 탈레반의 내부 상황 또한 복잡하기 짝이 없다.

탈레반이 과거에 내놓은 두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첫번째인 한국군의 철군을 보자. 한국인들을 납치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사령관 압둘라의 상관이자 가즈니주 탈레반 총사령관인 물라 사비르 나시르는 이미 “우리는 더 이상 철군 요구를 강조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탈레반은 한국군이 연말까지 철군할 예정이라는 점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그 점을 알았더라면 요구사항에 ‘철군’을 명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탈레반은 정보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지하다. 이는 편협한 시각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나시르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탈레반과 한국의 협상에서 철군(시기를 앞당긴다고 하더라도)이 유의미한 카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탈레반의 두번째 요구사항이자 핵심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탈레반 수감자 8명의 석방은 어떨까. 탈레반은 이번 인질 사건에서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탈레반은 ‘손님’을 귀중히 여기는 아프간의 전통에 따라 오사마 빈라덴을 미국에게 건네지 않았다가 정권을 잃은 것조차 자랑스러워 한다. 그런 이들이 ‘손님’이자, 이슬람이 존중하라고 명시한 ‘여성’들을 납치해 아프간 안에서 미움을 자초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이 아닌 파키스탄에 있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라는 ‘우회로’를 이미 거절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석방 요구 대상자 8명의 명단을 보면 지역 안배가 두드러진다. 자신들이 근거한 가즈니주뿐만 아니라 카피사, 파라, 칸다하르, 자불같이 멀리 떨어진 지역 출신도 포함돼 있다. 의외로 고위 인사는 많지 않다. 가즈니주 탈레반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전국적인 조직이며, 다른 지역과도 연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명단에 오른 수감자들의 가족들도 알고 있는 이상, 명단에 오른 이름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3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부시-카르자이 회담 뒤 탈레반 고위층에서는 ‘부시와 카르자이가 인질 석방 협상에서 최소한 추가적인 장애물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면 합의를 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과거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죄수 몇명을 석방한 전례도 있다.

인질 석방 협상에서 남모르게 돈이 오고간 사례도 많다. 압둘라 등은 석방의 대가로 돈을 받는 가능성을 제외하고 있지만, 이들이 협상에서 돈이 아닌 현물 등을 요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파키스탄 유력 일간지 의 유수프자이는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두 번, 탈레반의 창시자 물라 오마르를 12번 인터뷰한 탈레반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파키스탄 유력 일간지 의 유수프자이는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을 두 번, 탈레반의 창시자 물라 오마르를 12번 인터뷰한 탈레반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탈레반은 이미 남은 인질 21명을 다 풀어줘도 무너진 위신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과 게릴라전을 벌이는 탈레반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자신들의 위신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집단이다. 압둘라 사령관은 기자에게 “왜 전세계가 탈레반이 조국을 침략한 미국과 싸우고,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물었다. 기자가 “그 누구라도 당신들이 쓰는 인질 납치라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그는 “억압당하며 무기나 돈이 부족한 게릴라들은 누구든지 이런 방식을 쓰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페샤와르/라히물라 유수프자이


〈더 뉴스〉 선임 에디터

파키스탄 유력 일간 〈더뉴스〉의 유수프자이는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을 두번 인터뷰하는 등 탈레반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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