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표적 ‘친미정권’ 과 이란문제 두고 마찰
잇단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부시 직접 ‘견제구’
잇단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부시 직접 ‘견제구’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과 탈레반을 쫓아낸 미군 덕에 집권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최고지도자들이 이란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와 아프간 정부의 이란에 대한 우호적인 움직임에 극도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내 친구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해주고 싶다”며 “나는 이란이 건설적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을 방문 중인 이라크의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전날 “이란이 이라크 치안 확보와 테러세력 대응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핵무기 개발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 등을 예로 든 뒤 “우리는 (이란과) 함께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라크 정부에 강도높은 경고를 내놓은 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이란 접근을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잘 드러내준다. 부시 행정부가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이란 봉쇄망’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후세인 정권 시절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말리키 총리는 지난해 9월 처음 이란을 방문한 뒤 이번에 두번째로 이란을 찾았다. 이라크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이슬람 수니파의 내각 탈퇴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그로선 중동의 유일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이란에 우호적인 움직임을 보여 부시 행정부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5일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리의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란은 테러, 마약과의 전쟁에서 아프간를 지지하고, 두 나라는 매우 좋고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이란과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시절인 1998년 이란 외교관 7명이 아프간에서 피살돼 정면 충돌 위기를 빚었지만,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두나라는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그의 후견인 구실을 해온 부시 대통령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카르자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중동과 여러 지역에 불안정이 아니라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란의 영향력이 아프간에 긍정적일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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