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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협상뒤 기자회견 ‘존재감 과시’

등록 2007-08-12 20:05수정 2007-08-13 01:00

적신월사 차량 타고 나타나 통역 포함 3:3 대화
한국 협상단 교체 통보설…‘3차 무산’ 불렀을 수도
대면협상 현장 재구성

12일까지 두 차례 진행된 한국과 탈레반의 대면 협상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정부나 탈레반, 어느 쪽도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아 현재로선 협상의 상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한겨레>의 다각적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지난 10일 저녁 늦은 시각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가즈니시 중심가에 있는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사무실에서 한국 대표와 탈레반 대표들이 마주앉았다. 한국에서 2명, 탈레반에서 카리 바시르와 물라 나스룰라가 참석했다. 통역도 양쪽에서 한명씩 동석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적신월 관계자는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신월의 역할은 장소를 제공하고 탈레반 대표를 적신월 차량으로 사무실까지 실어나르는 데 그쳤다고 한다. 아프간 정부 대표도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정부는 애초 협상 참여를 강력히 요구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는 막판까지 아프간 정부 쪽의 참여를 고집해 대면 협상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거부감이 워낙 거셌다. 한국 쪽도 그동안 협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아프간 정부의 개입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 듯하다.

양쪽의 대화는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탈레반 대표는 한국 정부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탈레반 지도부의 협상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졌고, 여성 인질 2명의 우선 석방 결정을 이끌어냈다. 인질의 석방 시점은 12일 3차 협상 때나 그 이후로 예측됐다.

그런데 한국 쪽에서 “3차부터 협상단 멤버를 바꾸겠다”고 통보한 게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탈레반 쪽에서 나왔다. 12일 예정된 3차 협상이 무산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이 이번 협상을 둘러싸고 노련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게 아프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탈레반은 이번 협상을 수감자 석방을 관철하는 것은 물론 탈레반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협상 테이블을 쉽사리 박차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인질 석방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시킴으로써 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거뒀다. 아프간 정부로선 통치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도 협상의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해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탈레반 대표는 10일 대면 협상이 끝난 뒤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에는 외신기자 25명 정도가 참석했다. 탈레반이 2001년 정권을 잃은 뒤 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아프간 정부는 반정부 세력이 공개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봐야만 했다. 아프간 정부는 이 기자회견을 상당한 ‘치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아프간 정부는 이날 기자들이 탈레반 대표단에 접근해 사진을 찍거나 취재를 하는 것을 불허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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