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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여성인질 2명 석방결정 왜 내렸나

등록 2007-08-13 01:57

나름의 양보 내세워 협상우위 선점 전략인듯
국제사회 비난 희석 의도…내부 혼선도 나타나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정부 대표단과 마주앉은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여성인질 2명을 풀어주기로 결정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인질사태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게 됐다.

물론 탈레반은 11일 밤 여성인질들의 석방 결정을 내린 이후 12일 밤까지도 이행 여부를 놓고 '석방결정→보류→석방 불변 재확인→시기연장'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들의 석방이 결정됐다는 점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등 국제기구의 신변보장 없이 '적진'인 가즈니시티에서의 협상에 응한데 이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인질 일부를 석방키로 결정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와 부족원로 등을 상대로 탈레반 수감자들의 우선 석방만을 고집해온 탈레반측이 전격적인 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제시한 이유는 '선의의 제스처(gesture of goodwill)' 내지는 '관용과 선의'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은 탈레반의 선의와 인도주의의 표시'라고 말했고 주요 외신과의 통화에서도 조건없는 석방은 '선의의 제스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에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인도주의에 근거해 아픈 여성인질이 석방돼야 한다고 결정했으며 이는 한국 국민들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말대로 여성 인질의 석방 결정이 아무런 조건없이 이뤄졌다면 이는 인질협상에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던진 탈레반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협상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 요구조건인 탈레반 죄수 석방의 키를 쥔 아프간과 미국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를 압박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테러집단과의 협상불가'라는 원칙론만 반복하고 있는 아프간과 미국 정부와 달리 자신들은 나름의 양보를 했다는 점을 내세움으로써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킨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탈레반이 이들 2명에 대한 조건없는 석방을 강조하면서도 남아 있는 인질들의 추가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마디는 아프간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나머지 인질 중 누구도 석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인질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더는 한편 여성을 납치했다는 도덕적, 종교적 비난도 일부나마 희석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일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죄수 석방 없이는 어떤 인질도 풀려날 수 없다던 탈레반의 강경했던 입장을 감안하면 한국측이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우선 풀어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실효적인 협상카드 없이 고전해온 한국 정부의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몸값 등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고 탈레반 입장에서도 '관용과 선의'로 포장해 아픈 인질을 석방할 경우 인질 관리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다소간의 실리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인질 석방을 결정한 이후 12일 밤까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꼬박 하루 이상을 오락가락하는 혼선을 점을 보면 인질석방 조건 등에 대해 탈레반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인 아마디가 11일 인질들을 석방했다고 밝힌데 반해 실제로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압둘라 잔 사령관은 인질이 석방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석방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혼선이 빚어진 것은 지도자위원회와 지역조직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에 대한 평가에 있어 양측간에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탈레반 내부의 혼선은 결국 인질 석방을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된 한국측의 석방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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