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경찰이 12일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도로 매설 폭탄 폭발 현장에서 자동차 잔해를 치우고 있다. 탈레반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폭탄이 터져 차량으로 이동하던 미군 3명과 아프간인 1명이 숨졌다.
낭가르하르/AP 연합
탈레반 ‘성의 있는 태도·철군 재확인’ 요구
한국정부 대응 놓고 평가에 시간 걸린 듯
한국정부 대응 놓고 평가에 시간 걸린 듯
인질2명 석방 협상 안팎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을 합의 이틀이 되도록 이행하지 않아 한때 비관적 전망도 나왔으나, 13일 오후 탈레반 대변인이 석방 시각을 밝히면서 낙관적 분위기로 반전됐다.
이들 인질의 석방이 애초 예상과 달리 계속 늦춰진 정확한 이유는 아직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12일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따 “지난밤 인질 2명을 가즈니주 적신월(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넘기려고 가던 도중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결정을 바꿔 인질이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또다른 대변인 아민 하드츠도 이날 오후 “인질을 인도하는 도중 ‘문제’가 발생해 다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탈레반 쪽은 한국 정부에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간 현지 소식통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0·11일 협상 이후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탈레반 내부에서 일부 ‘불만’이 제기된 때문으로 보인다. 피랍자들을 억류하고 있는 압둘라 사령관은 12일 아프간 현지 통신사인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 전화통화에서 “한국 대표단과 막바지 협상에 문제가 있어 2명의 인질 석방 시각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두차례 협상에서 탈레반 협상단은 한국 정부 협상단에 인질 2명의 우선 석방 조건으로 △탈레반 포로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연내 철군 공개적 재확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주재 강성주 대사를 통해 지난 9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평화 지르가’(아프간-파키스탄 원로회의)에 탈레반 포로 석방을 공식 요청했고 이런 사실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보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탈레반이 어떤 평가를 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도 13일 “그쪽에서 아직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레반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것인지를 평가할 시간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강·온파간 의견이 엇갈려 인질 석방이 늦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려고 전략적으로 석방을 늦췄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이르판 샤흐자드 책임연구원은 12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석방 시기를 둘러싼 혼선과 관련해 “석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의 조직체계는 그동안 수많은 게릴라 항쟁을 거치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다”며 석방 시기를 놓고 엇갈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일종의 전술로 해석해야지, 석방을 결정한 지도부와 인질을 억류한 하급 조직 간의 불화 때문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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