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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향후 협상 전략은?

등록 2007-08-13 21:48

탈레반이 13일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우선 석방함에 따라 향후 탈레반의 협상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석방하면서 겉으로는 '선의'와 '인도주의'를 내세웠지만 복잡한 속내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석방은 무조건적이지만 조건 하나를 붙인다면 나머지 인질 석방을 원한다면 아프간과 미국 정부가 우리의 유일한 요구인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더 이상 선의나 인도주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은 앞으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질의 생명을 담보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장기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섣부른 인질 석방에 따른 탈레반 내부의 반발과 동요를 무마하면서 대(對) 미국, 아프간과 정면으로 맞서는 과정에서 충분한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물론 여성 인질들을 중심으로 인질을 단계적으로 석방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과 아프간의 '군사 옵션'이 강력 부각될 때 인질 일부 석방 카드로 무마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잡아갈 공산이 크다.

파키스탄의 민간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이르판 샤흐자드 책임연구원도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23명을 석방하려는 요구 수준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며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의 지속적 협상을 추구하면서 자신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레반도 수감자 석방 요구가 이미 물 건너 간 것임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아프간이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 거부한 것을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탈레반에 누누히 설명하며 협상 의제에서 제외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거듭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데는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탈레반 내부의 선명성 경쟁이 없을 수 없고 '몸값 올리기'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뉴스 전파력이 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과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아프간 정부가 한국측과 탈레반의 협상장소인 적신월사(적십자사 해당)를 보도금지 구역으로 정한 것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탈레반이 이미 선전전에서 상당한 소득을 거두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탈레반은 이같은 '가외 소득'과 함께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게 현실적인 측면에서 최선의 결과로 보인다.

한-탈레반 협상장 주변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수를 거듭 확약해 달라는 요구를 내놨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는 요구로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요구 이후의 차선책으로 이를 보장받는 선에서 인질 석방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없지 않다.

결국 탈레반은 명분의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 실익을 챙길 수 있느냐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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