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여성 생계유지 위해 성매매 내몰려
“명예는 아이들의 배고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난해 이라크 바그다드 폭탄테러로 남편을 잃은 라나 자릴(38)의 한탄이다. 자녀 넷을 둔 그는 남편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빠지고 다른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성매매에 나섰다.
참혹한 전쟁이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여성들이 생계 유지를 위한 성매매로 내몰리고 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13일 보도했다. 비정부기구 ‘이라크 여성의 자유’(OWFI)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 가운데 15%가 성매매나 임시 결혼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약 4000명의 여성이 실종됐는데 이 가운데 20%가 18살 미만이며, 대부분 납치돼 성매매 여성으로 팔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침공 전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에게 보상과 자녀 무료교육에다 주택 등이 제공됐다. 하지만 이제 사회안전망은 완전히 무너졌고 남편의 가족은 자기들 먹고살기도 버겁다.
500달러(약 47만원)도 안 되는 돈에 딸을 성매매 조직에 넘기는 일까지 벌어진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아내를 잃은 장애인 아부 아메드도 성매매 여성을 찾던 남성한테 딸 리나를 보냈다. 그는 “딸이 무엇을 하든 적어도 먹고는 지낼 테고, 받은 돈으로 나머지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10대 후반의 어린 여성들은 시리아·요르단 등 이웃나라의 부호들에 팔려간다. 마야다 주하이르 여성권리협회(WRA) 대변인은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외국으로 팔려가 성매매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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