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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소수 증오’가 빚은 ‘야지디족의 비극’

등록 2007-08-15 20:32수정 2007-08-16 01:43

14일 저녁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다친 야지디족 소녀가 15일 다훅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오고 있다. 다훅/AP 연합
14일 저녁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다친 야지디족 소녀가 15일 다훅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오고 있다. 다훅/AP 연합
이라크 북부 부족마을 폭탄테러로 600여명 사상
‘명예살인’ 발생 뒤 잇단 공격…수니파 보복 의심
14일 저녁, 막 어둠이 깔린 이라크 북부의 야지디족 마을 카타니야와 자지라에 트럭 넉 대가 먼지를 날리며 들어섰다. 연료와 폭탄을 가득 실은 트럭들은 몇 분 간격으로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폭발했고, 평화롭던 두 마을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5일 오후 현재 이라크 정부 집계로 주민 220여명이 숨지고 40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을 둘러본 이라크 정부군 대위 모하메드 아마드는 “흙으로 만든 집들의 절반이 완전히 주저앉았다”고 전했다. 다른 장교는 “핵폭탄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의 피해 규모는 지난해 11월 215명이 숨진 바그다드의 사드르시 동시다발 공격을 뛰어넘어 이라크전 발발 뒤 단일 테러로는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쿠르드자치정부의 한 관리는 사망자가 350명이라고 말했고, <알자지라> 방송은 희생자들이 실려온 병원의 의사가 사망자가 500명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름조차 낯선 야지디족 마을의 참사는 별다른 전투나 테러가 없던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더 충격적이다. 소수종파인 야지디족의 이름은 이라크전에서 거의 언급된 적이 없다. 근처 도시 신자르의 시장인 다킬 카심은 이날 “흙으로 만든 집들이라 크레인을 쓰지 못하고 손과 삽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며 “내일이나 모레가 돼봐야 정확한 희생자 수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을 꾸몄다는 세력은 나서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종교·민족적 적대감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수니파 조직인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가 일차로 용의선에 올랐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조직의 자매조직 격인 ‘이라크 이슬람국가’가 야디지족이 “반이슬람적”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일주일 전에 이 지역에 뿌렸다고 보도했다.

야지디족 현황
야지디족 현황
지난 4월 일어난 야지디족 공동체의 명예살인에서 사건의 뿌리를 찾는 시각도 있다. 이슬람 수니파 청년과 사귀며 전통 종교인 야지디교를 버린 18살 소녀를 친척들이 돌을 던져 살해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수니파 일부가 공공연한 적개심을 드러내 왔다. 이로부터 2주일 뒤 모술에서 버스를 세운 괴한들이 기독교·이슬람 교도들은 풀어주고 야지디족 23명을 살해했다. 14일에는 돌에 맞아 숨진 야지디족 남성 2명의 주검이 키르쿠크에서 발견됐다. 한 피살자 친척은 “우리는 여성에게 돌을 던진 몇몇의 바보 같은 행동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탄식했다. 4월의 명예살인 사건 뒤 성지로 여기는 모술을 떠나 서부 국경지대로 도피하는 야지디족이 늘었다.

이들은 쿠르드족과 가까운 혈연관계를 보이며 쿠르드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조로아스터교·유대교·이슬람교 등의 요소가 섞인 야지디교를 믿으며 스스로 쿠르드족과 거리를 둔다. 가난하게 살며 신비주의적 신앙생활을 하는 야지디족은 소수자집단 중에서도 소수자집단인 셈이다. 이들은 주변 아랍족이나 쿠르드족한테서 핍박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야지디족에 대한 잇따른 공격은 종파간 혈투가 힘없는 소수민족·소수종교에 대한 학살극으로까지 번지는 이라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직접적 영향에서 비켜서 있는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 치안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경찰과 군인 복장을 한 100여명이 바그다드의 정부 요인 거주지역을 습격해 수니파인 압둘 자바르 알와가 차관을 비롯한 석유부 관리들을 납치해 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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