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김경자·김지나씨 “풀려난 뒤에야 사망자들 소식 들었다”

등록 2007-08-17 18:53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가 귀국한 17일 낮 인천국제공항에서 김경자씨의 오빠 경식(아래)씨와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씨가 두 사람을 맞이하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가 귀국한 17일 낮 인천국제공항에서 김경자씨의 오빠 경식(아래)씨와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씨가 두 사람을 맞이하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경자·김지나씨 입국 표정
살해소식에 내내 ‘울음’…얼굴 퉁퉁 부어
“석방 당일 풀려난다는 사실 모른채 이동”

탈레반에 납치된 지 26일 만에 극적으로 풀려나 17일 입국한 김경자(37)·김지나(32)씨의 귀국길은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

이들의 귀국길을 동행 취재한 〈연합뉴스〉는 “석방 당시 입었던 연두색 계열에 보라색 무늬가 찍힌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은 채 인천행 비행기에 들어선 두 김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퉁퉁 부어 있었다”며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에야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가 살해된 사실을 알고는 ‘미친 듯이’ 울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살아 있을 줄로만 알았던 인솔자 배 목사와 탈레반이 ‘서울에 갔다’고 말해 석방된 줄만 알았던 심씨까지 살해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라며 “두 사람은 7시간여의 비행 내내 간식으로 제공된 샌드위치만 조금 먹었을 뿐 기내식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 등의 귀국길에 동행한 한 정부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석방 당일 풀려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탈레반 대원들을 따라 나섰다고 말했다”며 “피랍된 뒤 이동이 잦았던 탓에 두 김씨는 당시에도 탈레반이 자신들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줄로 알고 있었고, 따라서 석방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정부 쪽은 귀국 과정에서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언론의 취재를 막았다. 애초 알려졌던 경유지를 급히 변경해 16일 오후 두 김씨를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 공항으로 이동시킨 것은 물론, 공항에서도 탑승구 바로 옆 귀빈실을 통째로 빌려 일반인들이 입국 수속을 밟기 전에 이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45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두 김씨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쉽게 들지 못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 “죄송하다” “감사드린다” 등 준비된 듯한 답변만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들은 정부 쪽 사람들의 안내가 없이는 발 한걸음 내딛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2분 남짓 인터뷰를 한 두 김씨는 다시 정부 쪽 인사의 안내로 탑승구를 통해 계류장으로 내려갔다. 50여m를 걸어 구급차에 올라타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깍지 껴 맞잡고 걸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간 김경자씨의 오빠 김경수씨와 김지나씨의 오빠 김지웅씨는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인 차성민(30)씨와 함께 직접 탑승구를 통해 기내로 들어가 동생들을 맞았다.

두 김씨를 태운 구급차는 오후 2시1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병원 7층 영관급 병실에 함께 머물고 있다. 병원장 박호선 대령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1차 검진 결과를 검토한 뒤 필요한 정밀진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족들과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한편, 피랍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분당 샘물교회에서 김경자씨의 어머니 박선녀(62)씨는 딸의 귀국 장면이 중계되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김지나씨의 어머니 선연자(60)씨도 딸이 모습이 나오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 성남/

하어영 김기성 기자, 연합뉴스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