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이 비밀리에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와, 협상 경과에 따라 한국인 피랍사건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홍콩 <아주시보>는 휴전과 평화 정착 방안을 논의하는 협상이 파키스탄 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케타에서 시작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협상에는 아프간 관리들과 탈레반 지휘관들, 미국과 파키스탄의 정보기관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타는 파키스탄 서부에서도 세력을 떨치는 탈레반의 거점 도시로 불리던 곳이다.
이 신문은 지난주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다녀간 데 이어, 다음달 10일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파키스탄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 이 협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음 협상은 파키스탄 북서부의 페샤와르나 그 밑의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협상은 우선 일정한 지역들에서 휴전에 들어가는 것을 논의 중으로, 아프간 동·남부 주들인 헬만드·칸다하르·자불·우르즈간·쿠나르·코스트가 대상이라고 <아주시보>는 전했다. 지역적 휴전이 성사되면 전국 차원의 휴전과 함께 탈레반의 지방 및 중앙 정부 참여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보도는 덧붙였다. 미국으로부터 영토 안의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에 적극 나서라는 압력을 받는 파키스탄 정부가 중재에 열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연합군이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의 접전지역에서 탈레반이나 그 지지세력들과 부분 휴전에 들어갔다가 교전이 재개된 바 있어 협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시 휴전을 틈타 탈레반이 소도시를 접수하기도 했고, 연합군은 탈레반의 올해 봄철 대공세에 맞선 선제타격을 이유로 휴전을 깼다.
한편, 나토군 소속으로 3천명을 아프간에 파병한 독일 정치권에서도 탈레반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민당 소속인 토마스 스테그 정부 부대변인이 최근 “온건하고 합리적인” 탈레반 구성원들과 아프간의 재건과 화해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르트 벡 사민당 당수도 탈레반과의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 <슈피겔>은 이미 독일 연방정보국 요원들이 2005년 7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탈레반 구성원들을 만나 부분 휴전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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