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영씨의 어머니 남상순씨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간 피랍 38일째
‘총구앞 석방 양보’ 용감한 여성 이지영씨 어머니
‘총구앞 석방 양보’ 용감한 여성 이지영씨 어머니
“내 딸이지만 훌륭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딸들 제발 무사히 보내주세요. ….”
탈레반에게 함께 억류된 다른 인질들에게 자신의 석방 기회를 양보한 것으로 확인된 이지영(36·여)씨의 어머니 남상순(66)씨는 24일 하루종일 목이 메었다. 남씨는 “평소에도 남에게 배려와 양보를 잘했던 아이”라면서 “충분히 그렇게(석방 양보) 할 심성을 가졌다”고 울먹였다. 특히 먼저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를 통해 딸이 보낸 안부 쪽지를 건네받은 어머니는 자주 쪽지를 보며 “딸을 만난 것 같다. 보고 싶은 내 딸아 부디 건강하게 19명 모두 손에 손잡고 건강한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엄마랑 만나자”며 안타까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씨, 아프간·인도 등서 5~6년 ‘봉사’ 활동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출국 이씨의 큰오빠 이진석(39)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우리나라 고아원은 물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에 아주 만족해하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을 해 그나마 두 명이라도 무사히 귀국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지영이가 감기·몸살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등 상당히 아팠지만, 우리 정부에서 보내준 의약품으로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자 김경자·김지나씨한테 석방을 양보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돌아올 때까지 동생이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은오빠 이종환(38)씨는 “이젠 지영이가 다른 인질들과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납치범들의 총구 앞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실천한 이씨는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국외 봉사활동을 시작해 인도, 파키스탄 등지를 다녀왔고,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납치됐다. 가족들은 “지영이는 아프간에 다녀온 뒤, ‘컴퓨터를 가르칠 때 열심히 배우려고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아이들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고 전했다. 2남1녀 중 막내딸인 이씨는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출국해 현지 인솔자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교육 및 의료 봉사활동을 해 왔던 이씨는 1992년 부산 동래여자전문대학 마케팅과를 나와 인제대 사회교육원에서 출판 관련 웹디자인을 배웠다. 이후 서울에서 8~9년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아프간으로 떠나 2년 동안 봉사활동을 마친 뒤 내년 말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씨는 석방된 김경자·김지나씨, 지난달 피살된 심성민씨와 같은 장소에 억류된 상태에서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을 통해 육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가족모임 “이슬람권 호소하려 알자지라 인터뷰 주선” ‘애타는 가족들’ 국내 온 파키스탄 의원들에 도움 호소도 탈레반에 납치된 지 37일째인 24일 이지영(36·여)씨가 석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피랍자 가족들은 ‘용감하고 아름다운 행동’에 숙연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석방된 뒤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자·김지나씨가 남아 있는 19명의 다른 인질들을 제발 무사히 보내 달라고 호소하자, 안타깝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발을 굴렀다. 이날 오전 피랍자 가족들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사회봉사의원연맹(IPSS) 제3차 총회에 참석한 파키스탄 의원 6명을 만나 도움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자히르 아완 파키스탄 상원의원은 “사회봉사단원들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억류자들의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 폐막식에서는 ‘납치된 한국인 사회봉사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이 채택됐다. 한편,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탈레반 쪽이 인질들을 억류 장소에서 이동시킬 때마다 ‘석방되니 짐을 싸라’는 말을 했다고 두 김씨가 전했다”며 “인질들은 수시로 억류 장소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두 김씨는 석방될 때도 또다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석방 자체를 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김씨는 석방 당시 혼자 남게 된 이지영씨의 편지를 부모님께 전해주겠다고 탈레반 쪽에 요구해 이씨가 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그동안 석방된 두 김씨와 언론의 접촉을 막았지만, 이슬람권에 가장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며 우리나라 언론의 이해를 당부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출국 전 이지영씨 모습.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출국 이씨의 큰오빠 이진석(39)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우리나라 고아원은 물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에 아주 만족해하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을 해 그나마 두 명이라도 무사히 귀국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지영이가 감기·몸살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등 상당히 아팠지만, 우리 정부에서 보내준 의약품으로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자 김경자·김지나씨한테 석방을 양보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돌아올 때까지 동생이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은오빠 이종환(38)씨는 “이젠 지영이가 다른 인질들과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납치범들의 총구 앞에서 ‘아름다운 양보’를 실천한 이씨는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국외 봉사활동을 시작해 인도, 파키스탄 등지를 다녀왔고,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납치됐다. 가족들은 “지영이는 아프간에 다녀온 뒤, ‘컴퓨터를 가르칠 때 열심히 배우려고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아이들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고 전했다. 2남1녀 중 막내딸인 이씨는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출국해 현지 인솔자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교육 및 의료 봉사활동을 해 왔던 이씨는 1992년 부산 동래여자전문대학 마케팅과를 나와 인제대 사회교육원에서 출판 관련 웹디자인을 배웠다. 이후 서울에서 8~9년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아프간으로 떠나 2년 동안 봉사활동을 마친 뒤 내년 말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씨는 석방된 김경자·김지나씨, 지난달 피살된 심성민씨와 같은 장소에 억류된 상태에서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을 통해 육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가족모임 “이슬람권 호소하려 알자지라 인터뷰 주선” ‘애타는 가족들’ 국내 온 파키스탄 의원들에 도움 호소도 탈레반에 납치된 지 37일째인 24일 이지영(36·여)씨가 석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피랍자 가족들은 ‘용감하고 아름다운 행동’에 숙연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석방된 뒤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자·김지나씨가 남아 있는 19명의 다른 인질들을 제발 무사히 보내 달라고 호소하자, 안타깝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발을 굴렀다. 이날 오전 피랍자 가족들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사회봉사의원연맹(IPSS) 제3차 총회에 참석한 파키스탄 의원 6명을 만나 도움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자히르 아완 파키스탄 상원의원은 “사회봉사단원들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억류자들의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 폐막식에서는 ‘납치된 한국인 사회봉사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이 채택됐다. 한편,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탈레반 쪽이 인질들을 억류 장소에서 이동시킬 때마다 ‘석방되니 짐을 싸라’는 말을 했다고 두 김씨가 전했다”며 “인질들은 수시로 억류 장소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두 김씨는 석방될 때도 또다시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석방 자체를 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김씨는 석방 당시 혼자 남게 된 이지영씨의 편지를 부모님께 전해주겠다고 탈레반 쪽에 요구해 이씨가 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그동안 석방된 두 김씨와 언론의 접촉을 막았지만, 이슬람권에 가장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며 우리나라 언론의 이해를 당부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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