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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 피랍 인질석방 합의 이뤘나

등록 2007-08-25 22:03

송민순 외교 사우디 방문 주목…AIP 오보 가능성 배제못해

한국인 피랍사태 38일째인 25일 한국 정부가 탈레반측과 인질의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보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며 AIP의 보도에 대해 일단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정부는 또 탈레반측과 계속 접촉을 이어가고 있고 이날 중 별다른 상황 변동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런 정부의 신중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AIP의 보도는 여러 측면에서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 합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에 의해 이뤄졌다는 부분이 우선 눈에 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중동 3개국 순방 명목으로 전날 밤 급거 출국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26일까지 사우디에 머물며 압둘라 국왕을 예방하고 각 분야에 있어서 양국의 실질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중동 정세'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송 장관이 실제로는 장기화하고 있는 인질사태 해결과 관련한 협의를 위해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을 찾았을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송 장관의 사우디 방문과 AIP의 인질석방 합의 보도가 시기적으로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우디아리비아가 이슬람권에서 맏형 역할을 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을 움직이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을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확인된 바 없다'는 우리 정부의 반응이 AIP보도를 완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인질사태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나 최종 확인이 된 뒤에 `공식' 발표를 해왔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는 다수의 외신이 보도했을 때에도 우리 정부는 아프간 현지의 대책본부 등을 통해 직접 확인을 한 뒤에야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따라서 AIP의 보도대로 탈레반측과 합의를 했다고 해도 이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우리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AIP의 보도가 오보일 여지도 상당 부분 남아있다. AIP가 전한 인질석방 합의 내용이 그 중 하나다. 인질 전원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측은 수 주일내에 아프간 주둔군과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 요원들을 철수시킨다는 게 AIP가 보도한 탈레반측과의 합의 내용이다.

탈레반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인질-수감자 맞교환' 조건에 대한 언급은 AIP의 보도 내용에 빠져있다.

다시 말하면 탈레반이 이 요구를 돌연 철회했다는 것이 되는데 탈레반이 인질협상 과정에서 보여온 태도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탈레반이 그간 거듭 주장해온 `맞교환' 요구를 접고 우리 정부가 이미 탈레반측에 약속했던 주둔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인질 전원을 풀어준다는게 선뜻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정부와 탈레반 그리고 아프간 정부가 이면합의를 했을 개연성은 열려있다.

이를 테면 탈레반이 대외적으로 이 요구를 철회하고 실제로는 아프간 정부가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을 앞두고 특사 형식으로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줄 경우 아프간과 한국 정부, 탈레반이 모두 나름의 실리를 챙길 수 있으며 그동안 이 같은 시나리오가 최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와는 달리 탈레반 측에 `물질적 대가'를 지불키로 이면합의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탈레반은 "돈에 관심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고 우리측도 이를 부인하지만 과거의 인질협상에서 `돈거래'가 수반된 경우가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작년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자국의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1천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고 이탈리아 정부도 같은해 10월 탈레반에 납치된 사진기자 석방을 위해 2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AIP는 26일 가즈니주에서 한국과 사우디 정부, 그리고 탈레반측 대표들이 인질석방 타결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IP의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는 하루 뒤면 확인되는 셈이다.

송 장관이 언급한 `과거 유사사례 해결의 평균 일수(35일)'를 조금 넘겨 끌어온 이번 사태가 마침내 극적 타결을 이루게 됐는지 긴장 속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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